도상거리 33km, 구간 안에 산을 넘는 도로가 없다. 

하여 단박에 돌파해버릴 것인지, 산중에서 1박 할 것인지, 아니면 두 번에 나눠서 할 것인지 이모저모 머리를 굴렸다.  

그렇게 머리만 굴리다 1년이 훌쩍, 속절 없다. 

태풍과 태풍 사이 길을 나선다. 

일단 괴산군 송면, 점심을 먹으며 현지 사정을 종합한다.

재 넘어 가은읍에 차를 두고 택시를 이용하는 것으로 결정. 

산행 기점에 서니 오후 1시 50분, 늦었다. 

고갯마루 감시 초소는 굳게 잠겨 있더라. 

순식간에 산으로 스며든다. 

 

고개 건너 눈 앞에 곰넘이봉, 대야산을 가리고 있다. 

장성봉 오르는 동안 군데군데 바위가 나타나 조망이 터진다. 

 

 
하얀 바위 봉우리 희양산
저기 멀리 희양산 

장성봉 부근, 곰넘이봉이 한참 눈 아래로 깔리고 대야산이 면모를 드러낸다. 

그 너머 아스라히 속리산 능선.

 

조망 없는 장성봉(15시 30분)
편안한 숲길

바위 지대에는 분재같은 소나무들이 즐비하다. 

 

악휘봉(18시 30분)

대간에서 살짝 비켜선 악휘봉, 다들 그냥 지나치지 않더라. 

나도 갔다. 다 이유가 있더라. 

 

 

악휘봉 아래 선바위, 어딜 바라보시나?

뭔가 아련한 전설을 품었을 법, 구절초도 목을 늘이고 있다. 

 

가야 할 길인가, 지나온 길인가? 

울울 첩첩 구분이 안된다. 

아마도 가야할 길..

 

예가 지나온 길, 갈지자 능선 멀리 장성봉이 이름 그대로 성채처럼 듬직하다. 

 

악휘봉에서 저녁을 때운다. 

해가 지려 한다. 

서쪽 조망이 좋지 않아 지는 해를 볼까 말까 고민할 일 없이 미련 없이 길을 나선다. 

 

해가 많이 짧아졌다. 

7시가 채 되기 전부터 어둠이 내리더니 이내 깜깜해진다. 

발 아래 빛나는 은티마을의 불빛을 벗 삼아 싸드락 싸드락 산길을 축낸다. 

산에서 맞는 어둠이 좋다. 

 

은티고개((20시 10분)

은티고개 도착, 계곡 타고 마을로 내려간다.

숙소까지는 약 3km, 저녁 9시 숙소에 도착했다. 

그간 들었던 대간 부근 속소 중 가장 비싼 값을 지불했다. 

눈탱이 맞은 기분, 허나 어쩌랴 잠은 자야 하고..

모든 옷 다 벗어 빨아놀고 곧바로 잠 속으로 직행, 내일을 위하여!!

 

출발이 늦기도 했으나 밤 늦도록 산에서 벗어나지 못한 까닭은,

꽃과 나비, 그리고 버섯.. 

버섯은 순전히 이름을 모르겠다. 

 

 
난장이바위솔
 
은분취
단풍취
 
 
철 지난 원추리
산은줄표범나비
버리미기재-은티고개.gp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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