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꼴뚜기를 매우 좋아한다. 

어린 시절 멸치에 섞인 꼴뚜기를 골라먹자고 상자 채로 엎어놓고 뒤지기 일쑤였다. 

그러면서도 정작 꼴뚜기를 한 번도 양껏 먹어보지 못했다. 

어머니는 꼬록젓은 상에 자주 올렸으나 단 한 번도 꼴뚜기 반찬을 만들어준 적이 없다. 

망둥이 따라 뛰는 꼴뚜기처럼 살지 말라는 가르치심이었을까?

하지만 어머니는 친구들 도시락 반찬 속 꼴뚜기를 내 얼마나 탐했던 지 모르셨을 것이다.

 

 

엊그제 장 보러 갔다 눈에 띈 꼴뚜기를 한 봉다리 사 왔다. 

어떻게 해 먹는 건가 살펴보니 물에 불려 깨끗이 한 후 양념장 치고 볶아 먹으면 되겠더라. 

하라는 대로 했다. 다만 번거로운 공정을 보다 단순화했다. 

불린 꼴뚜기 건져 물기 대충 짜내고 기름 두르고 다진 마늘 넣어 볶다가 간장 알맞게 치고 다진 고추, 다진 파 투하..

마지막 공정에서 씨원하게 재채기 몇 번 해제낀다.

꼴뚜기 물에 불리는 시간을 제하고 나면 시간이랄 것도 없는 눈 깜짝할 사이 꼴뚜기 볶음이 완성됐다. 

입맛에 맞게 잘 볶아졌다. 

내 입맛에 맞는다는 것은 간간하면서도 맵다는 말이다. 

내 입맛대로 양껏 만들어먹을 반찬 가짓수가 늘어난 것에 탄복하여 기록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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