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태도 승봉산
열흘 전쯤 갑작스레 찾아온 가슴 통증.
정황상으로는 과도한 음주, 증상을 놓고 보면 심장 문제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적당히 부하를 걸어가며 몸의 변화를 유심히 관찰했다.
틈틈이 산을 찾아 가벼운 산행을 반복했다.
서서히 완화되던 가슴 통증이 이내 사라졌다.
최종 검토를 위한 산행을 계획한다.
남방의 나비도 볼 겸 남쪽으로..
하여 찾았다. 암태도 승봉산..
산행 기점은 노만사, 물이 좋은지 물 뜨러 온 사람들이 있다.
위장병에 특효가 있다 한다.
대웅전 문은 굳게 닫혀 있다.
미적지근하지만 단 맛이 나는 약수 한 모금 마시고 본격적인 산행에 나선다.
오리바위에 오른다.
하늘엔 구름, 바다엔 섬들이 점점이 떠 있다.
점점이 떠 있는 작은 섬들도 다 제 이름이 있다.
다리 건너 추포도 앞에는 시어머니섬도 있더라. 며느리는 어디 가고..
암태도와 추포도 사이에는 본래 노둣길이 있었다 한다.
여기에 시멘트 포장길, 이제는 바닷물과 관계없이 드나들 수 있는 다리가 놓였다.
발목을 칭칭 감고 도는 잡초 우거진 산길을 지난다.
땀이 쏟아진다.
큰봉산을 지나니 조망이 터지고 눈 앞에 승봉산이 면모를 드러낸다.
바다 쪽으로 눈을 돌린다.
망망대해는 언감생심, 섬이 많아도 너무 많다.
섬들이 겹쳐 울울 첩첩 산으로 보인다.
옴팍한 고갯마루 정자에 누워 한 숨 늘어지게 잤다.
묶인 개가 있다. 버려진 걸까?
김밥을 던져주니 허겁지겁 받아먹는다.
풀어주고 올 걸 그랬나?
사연이 궁금하지만 다 팔자소관이다.
눈 앞의 자은도, 두봉산이 우뚝 솟았다.
승봉산보다 10여 미터 높다.
추포도 너머 비금, 도초도.
팔금도, 안좌도 방면.
하의도, 장산도, 멀리는 진도가 이 사진 안에 있을 수 있다.
매가 나타나 공중을 두어 바퀴 선회하더니 바람처럼 사라졌다.
산행이 끝나간다.
섬들이 겹쳐 다시 산이 된다.
가슴 통증은 완전히 사라졌다.
가슴 한 켠 미심쩍음도 사라진다.
술로 인한 속탈이었던 것으로..
개환영..
암태도에 가시거든 암태도 농민들의 위대한 투쟁에 머리 숙여 인사드리고 오시라.
소재지 입구 길 옆에 항쟁 기념탑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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