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한 장마를 보내고 정령치에서 만복대 구간을 여러 차례 찾았다. 

섣부른 탓이었을까? 만복대는 매번 비구름 속에 자신을 감추고 나를 박대했다.  

내 지리산에 크게 잘못한 게 없다 생각했는데 그리 살지 못했던 모양이다. 

그러던 차, 드디어..

 

내가 만복대에 처음 이른 것은 5년 전이었다. 

인생 반백년을 돌아본답시고 나섰던 백두대간 북상길, 때는 2월이었으니 지리산은 아직 겨울이었다. 

짙은 운무에 싸인 만복대에서 20여분 개기고 버텨 반야봉을 영접하고 다시 길을 나섰더랬다. 

얼마나 추웠던지, 지금 생각해도 뼈가 시리다. 

 

 2015.02.07

 

이 날 이후 만복대는 내 머릿속 중요한 곳에 영롱하게 각인되었다. 

그리고 5년이 지났다. 세월 참 속절 없이 빠르다. 

나의 대간 북상길은 충북과 경북 어간 문경 부근에 머물러 있다. 

그래서일까? 다시 찾은 나에게 만복대는 쉽사리 문을 열지 않았다. 

 

2020.07.29

1차 : 장마가 끝났다 하여 달렸으나 강한 비에 퇴각, 그나마 잠시나마 이런 아량이라도..

 

2020.07,31

2차 : 멀쩡하던 날이 만복대에 이르니.. 이나마도 찰나의 아량, 한두 방울 내리던 비가 고리봉 지나 거세지고 나는 물에 빠진 생쥐 꼴이 되어 겨우 성삼재로 빠져나왔다. 

 

2020.08.04

3차 : 시간관계상 퇴각..

 

그리고.. 4차

 

2020.08.21

저 멀리 천왕봉, 조짐이 좋다. 

 

 

이 짝에서는 반야가 갑이시다. 

 

 

 

드디어 만복대, 구름 바다 저 멀리 새 희망이 넘실거린다. 

 

 

 

반야봉, 성삼재 넘어 구름이 밀려들고 있으나 달궁의 골바람이 쉽게 허락하지 않더라. 

 

 
 

 

지칠 줄 모르는 구름의 침노, 성삼재와 정령치가 동시에 공략당하고 반야봉이 구름에 휩싸인다. 

 

 
 

 

구름 위의 선계, 그 곳에 눌러 살고 싶었으나 나는 다시 사람 사는 세상으로 내려왔다. 

오늘의 교훈, 정성이 지극하면..

 

'산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지리산 달맞이  (0) 2020.10.04
암태도 승봉산  (0) 2020.09.01
구름 좋은 날, 계룡산에서..  (0) 2020.07.23
무등산 심춘산행  (0) 2020.04.22
못 다 오른 바래봉  (0) 2020.01.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