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12일, 서귀포 예래동에서 아침을 맞는다. 
'예래'는 고려 시대 서귀포 옛 지명, 범섬의 살기를 누르기 위해 사자를 끌어들인 것이라 한다. 
호랑이에 맞서는 사자라.. 음..

오늘은 일단 하룻밤 신세 진 경록이네 밀감 수확을 돕기로 했다. 
밀감 수확도 쉽지는 않더라. 밀감나무 깊숙이 파고 들어가고, 기어 들어가고..

 

밀감 값이 형편없다고.. 올해는 태풍 피해도 많이 입었는데..
기대치의 절반 정도밖에 안 되는 밀감 값에 밭주인 심기가 편치 않다. 

세 사람이 손을 더하니 일이 일찌감치 끝났다. 
혼자서는 몇 날 며칠 해야 할 일을 단숨에 해치웠다고 좋아라 한다. 
모슬포로 달려가 대짜 방어 발송 예약 걸어놓고 늦은 점심을 먹었는데 그래도 시간이 남는다. 

하여 찾았다. 해 넘어가는 쪽 가까운 당오름을 오른다. 
오르다 보니 아니 여기가 아닌데.. 생각했던 오름이 아니다. 
기억을 잘 정돈해보니 당초 생각했던 것은 족은대비오름이다. 
당오름도 와 봤는데 기억이 가물가물..
상쾌한 찬바람 쌩쌩~ 아무튼 좋다. 

 

겨울 쑥부쟁이는 언제 봐도 참 좋다. 

옆 자리 정물오름, 그 너머 금오름이 보이고..

한라산 방향 살짝 오른짝, 잘 보이지 않게 찍었지만 골프장 콘도에 퇴비공장의 악취, 또 뭔가 땅을 깊숙이 파 들어가는 공사 현장까지 이모저모 파헤쳐지고 뒤집어지는 살풍경이 펼쳐진다. 

오른짝에 오름 세 개 있어 삼형제 오름이다냐 했더니 무악, 소병악, 대병악이라 하는 오름들이다. 
하긴 삼형제 오름은 1,100도로 옆에 있으니 방위도 다르고 한참 위에 있다. 

능선 안부 굼부리를 내려다보며 절묘하게 자리잡은 무덤을 지나..

굼부리로 내려서니 해가 뉘엿뉘엿 능선에 걸린다. 

깊게 내려앉은 굼부리 동쪽 능선 너머 한라산이 보인다. 

굼부리 중턱 웬 동굴 입구가 보여 궁금했는데 일제강점기 왜놈들이 파놓은 진지동굴이라 한다. 
세월 속에 무너지고 무너져 이제 흔적만을 남기고 있다. 

태양을 희롱하는..

책을 보는가? 진지하네..
이석기 의원 석방 실시간 유튜브 렌선 집회 시청 중. 

한라산을 배경으로 이 자리에서 외쳤다. 
이석기 의원을 석방하라! 석방하라! 석방하라!!

도너리오름 너머로 해 넘어간다. 
도너리오름 옆구리 큰넓궤에 든 적이 있다.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그날 그 자리 그 사람들을 생각하며 눈을 감고 천정을 응시하던 생각이 난다. 
산방산, 송악산, 바굼지오름, 모슬봉 등이 보인다. 

무덤 사이에서 잠시 길을 잃었다. 
길이 따로 없더라. 
돌각담을 넘고 넘어 그냥 마구잡이로 나와야 되더라. 

다 내려왔다. 
해는 이미 서산 너머 사라지고 어둠이 깔리기 시작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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