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인민유격대 이덕구 사령관 탄생 100주년, 그의 발자취를 더듬는다. 
예술가들이 기획하였고, 그들과 함께 한다. 
그래서 남달랐던 12월 13일 그날의 기행..

 
관덕정

출발은 관덕정, 47년 3.1절 발포 사건으로 4.3의 시발점이 되고 이덕구 사령관의 시신이 전시되었던 곳. 
김경훈 시인의 서시와 시 낭송으로 시작한다. 

이덕구 사령관!
제주 4.3의 대명사이면서도
제주 4.3의 희생자로 인정받지 못하는 사람
...
그의 복권!
그를 이 시점에서 부활시키는 것은
...
어둠만을 골라 딛으며
찬바람 속 이슬 잠에
오매불망 그리던
인민 세상
그 세상에 대한 염원을
다시 모으자는 것이다. 

김경훈 '서시' 발췌

    관덕정 

                       김경훈

그대는 아는가 
여기 관덕정 앞 광장에서의 
1947년 3월을 

미군정 경찰의 발포로 인한 무고한 희생과 
그에 저항한 전 도민적인 장기파업을 

그대는 보는가 
십자가에 매달려 전시되었던 
장두의 시신을 

역사를 함몰시키려는 듯 
그 시신에 꽂혀 있었던 조롱의 숟가락을 

그대는 듣는가 
군사독재를 끝장내려는 
1987년 6월 항쟁의 함성을 

1901년 신축년 
척양척왜의 기치를 내건 이재수 항쟁의 함성을 

그대는 느끼는가 
1945년 해방 후 일장기 내려지고 
태극기 올렸던 그 단 한 달의 자주적 열망을 

그 열망을 비웃으며 관덕정을 행진하는 
보무도 당당한 미군들의 싸늘한 시선을 

그대 말하는가
이 관덕정 광장 5백 년 치욕과 통한의 역사를 바람에도 의연히 펄럭이는 탐라 자존의 깃발을 

이제 다시 노래해야 할 
해방과 통일의 그 4·3의 봄을

 

산지천

산지천, 이덕구 사령관의 시신이 마지막으로 머물렀던 곳. 
이 곳에서 이덕구 사령관의 시신이 불태워지고 폭우로 불어난 냇물에 휩쓸려 바다로 흘러가 버렸다. 

    십자가 진 사내 

                       이종형 

십자가 진 사내를 알고 있다네
한 사내는 세상을 구원하러 다녀간 하느님의 아들 
또 한 사내는 세상을 세상답게 만들고 싶었던 사람의 아들 

가시면류관 대신 
놋쇠 숟가락이 얹힌 심장
핏빛 선연한 채 관덕정 광장에 내걸린 주검 
칠십 년 전 그 이름을 여전히 기억한다네 

과일 두어 개에 막걸리 서너 병 챙겨 들고 
그를 만나러 가는 길
북받친 밭 어디쯤, 유월 숲길에 들면 
조릿대 숲을 흔드는 바람이거나 
한라산 까마귀의 울음을 빌어 
환청처럼 들리는 목소리 있네 

애써 불러내지 않아도 먼저 다가오는 
발자국 소리 들을 수 있네 
녹슬어 숲의 풍경으로 남은 청동 밥상 위에 
툭툭 떨어진 때죽 꽃잎은 무심한데 
퇴주 잔을 나눠 음복하며 다시 생각하네 

한 사내는 하늘로 떠오르고 
한 사내는 태워져 바다로 흘러갔으니 
이 땅에 남은 우리는 어디로 가야 하나 

십자가에 매달린 사내를 알고 있다네
한때 이름을 부르는 일조차 허락되지 않았던 젊은 혁명가를 알고 있다네
산지천 따라 비 내리면 남수각 아래 눈물 이네
남수각 아래 눈 내리면 산지 앞바당 눈물 이네
어디 있나요 당신 어디 있나요 당신은

당신의 몸은 타내리고 당신의 혼은 타오르고
산지천 따라 이별하듯 갈라진 나라 우리나라
어디 있나요 당신 어디 있나요 당신은

현해탄보다 더 깊은 물 임진강보다 더 깊은 물
제주바당에 물 막은 섬 당신이 없는 한라산은
어디 있나요 당신 어디 있나요 당신은

당신과 함께 노래하던 햇볕도 없이 스러져간
한라산 자락 백성들은 그 이름 언제 불리려나
어디 있나요 당신 어디 있나요 당신은

아직도 완전하지 못한 불안한 나라
우리나라 완전한 자주 통일독립 그날은 언제 오려는지
어디 있나요 당신 어디 있나요 당신은

 


 

조천읍 신촌리 바닷가.
직계 후손 이명자 선생이 동행, 이덕구 사령관 생가 터와 그 일가의 거주지 터를 둘러보며 관련된 생생한 증언을 듣다.

산오락회 공연
이덕구(구전가사)

머리에 쓴 것은 도리구찌로구나
손에다 권총을 쥐고서 싸움을 나가네
누구냐 그의 이름 무섭다고
박박 얽은 그 얼굴 이 이 이덕구
덕구 이덕구

박박 얽은 그 얼굴 덕구 덕구 이덕구
장래대장 꼬심인감 덕구 덕구 이덕구
손에 권총을 들고 싸움에 나가는구나
좁쌀같은 곰보 자국 덕구 덕구 이덕구
덕구 덕구 이덕구 덕구 덕구 이덕구

 


 

이덕구 사령관 일가 가족묘

집단학살의 표적이 되어 몰살당한 가족사,
이덕구 사령관의 일곱 살 난 아들에게 "아버지 있는 한라산으로 가라" 하여 뛰게 한 뒤 등 뒤에서 사살했다는 천인공노할 이야기..
일본과 미국, 평양 등지에 흩어져 국제 이산가족이 되어 살아가는 살아남은 후손들의 생활사를 듣다. 


 

개오리오름에서 보는 한라산. 
물장오리, 태역장오리, 쌀손장오리가 굵직하게 늘어서고 이를 한라산이 너른 품으로 감싸 안은 장관을 본다. 
이 일대는 제주 인민 유격대의 주요 활동무대였으며, 개오리오름 부근 어딘가에서 이덕구 사령관이 최후를 맞이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덕구 사령관이 교전 중 사살된 것이 아니라 최후 결전 중 자결한 것이라는 사실을 새로 알았다. 
단 한 알의 총알이 관자놀이를 관통했다는 것이다. 

제주도 유격대가, 산국(산오락회)

산국(최상돈 작사, 작곡)은 이덕구 사령관과 동지들과의 이별 장면을 형상한 노래라 했다. 

산국은 피고 당신은 가고
돌아서다가 돌아보았네
아아아 임이시여
아아아 임이여
산수국 핀 이 길에서
당신을 그린다

동백은 지고 봄눈 녹는 날
살아 만나자 약속하였네
아아아 독립이여
아아아 통일이여
동백꽃 진 그 자리에
산국이 곱구나
입산(볍씨학교 선생님과 학생들)
산으로 간다 그 해 사월에
사람을 위해 산으로 간
그리운 사람이 그리워서
그믐날 밤 올망졸망 어린것들
하나는 등에 하나는 가슴에 안고
울지 않게 재갈 물려
별 달도 모르게 마을을 떠난
그 사람 찾아서 산으로 간다
허위적 허위적 산으로 간 후
사십 년 넘도록 내려오지 않은
그 사람 찾아 산으로 간다
지금쯤 인적이 끊긴
산자락 그 어디에서 죽은 듯이 살아
아직도 계속되는 사월을 위해
대나무 끝을 다듬고 있을
그 사람 찾아 산으로 간다

끝내 만날 사람을 찾아
한라산으로 간다
이덕구 산전(이덕구 합창단)
우린 아직 죽지 않았노라
우리의 싸움은 아직 끝나지 않았노라
내 육신 비록 비바람에 흩어지고
깃발은 더 이상 펄럭이지 않지만
울울창창 헐벗은 숲 사이
휘돌아 감기는 바람소리 사이로
까마귀 소리 사이로
나무들아 말해다오
돌들아 말해다오
풀꽃들아 말해다오
메아리가 되어서
돌 틈새 나무뿌리 사이로
복수초 그 끓는 피가
눈 속을 뚫고 일어서리라
우리는 싸움을 한 번도 멈춘 적이 없었노라

 


 

난징대학살 83주기 추모식
일제 격납고와 미제 레이다 기지

알뜨르 비행장 격납고. 
난징 대학살 83주기 추모식이 거행되고 있었다. 
알뜨르 비행장과 난징 대학살, 그 연관 관계를 파악하지 못했는데 당시 알뜨르 비행장은 난징, 상하이 등지에 대한 해양 폭격의 거점이었다는 것이다. "제주도로부터의 난징 공습은 36회, 연 600기, 투하 폭탄은 300t에 이르고.."
그 개시일이 바로 오늘 12월 13일이라는 것이다. 


 

흔히 이재수의 난이라 일컬어지는 신축 제주항쟁의 세 장두를 기리는 '제주대정삼의사비'
내년이 2 갑자, 120주년을 기념하는 커다란 행사를 준비하고 있다고..
이와 관련한 새로운 사실들을 새롭게 알게 됐다. 
제주 민중항쟁사와 관련한 새로운 탐구 과제가 생겼다. 

장두 (김상철 글, 최상돈 곡) 

바람은 서산 휘휘 돌아 수월봉 허리 감고 
파도는 차귀도 앞바다에서 일렁거리고
구름은 대포 포구 돌아 한라산 휘감네, 
이재수 이재수야 
제주섬 어귀마다 살아 있는 너의 넋아 
누가 있어 불러주랴 백 년 세월아 
노량진에 묻힌 한을 누가 풀어 주랴, 이재수 이재수야 
한림 명월 의로운 행진 황새왓에 여장 풀고 
누구 위한 싸움이더냐! 
누구 위한 죽음이더냐!
초 개 같은 이내 목숨 두려울 것 없다마는, 자, 성문을 열어라!
한라산 감도는 구름도 제주섬 휘감는 바람도
너를 알고 너를 부른다. 
너를 알고 너를 부른다. 이재수야!
바라는 이 없어도 기리는 이 없어도 
푸르고 의연한 너 이재수야!
너를 알고 너를 부른다. 
너를 알고 너를 부른다. 

다시 관덕정, 이미 어둠이 내렸다. 
시와 노래, 굿과 춤판이 어우러진, 4.3을 잇는 사람들과 함께 한 기행.
아직 정명조차 부여받지 못한 4.3, 오늘에 던지는 4.3의 숙제를 풀고자 모대기는 사람들.
여전히 진행 중인 제주 약탈과 침략에 맞서 싸우는 사람들, 그들과 함께 한 하루. 
끝내 취하고 말아 아쉬움이 크지만..
이덕구 사령관, 그의 복권!
새 세상에 대한 염원이 다시 모이는 그날을 오매불망 그리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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