꽤 오랜만에 먹은 술을 먹지 않겠다는 결심. 술을 먹지 않으니 집에서 밥을 먹게 되고, 술 없는 밥상 무엇으로 채울까를 생각한다. 불쑥 잘 자란 머웃대가 눈에 들어왔다. 낫으로 쓱쓱 베어내 밥상에 올리기까지 시간 반, 요리는 속도전이다. 마술처럼 밥상을 차려내시던 그 옛날 어머니들 솜씨에 견줄 수야 없겠지만..
삶아 다듬어 프라이팬에 올리기까지 맨손으로, 칼이 필요 없다. 15분가량을 삶았다. 질긴 껍질은 먹기 알맞은 크기로 토막 내는 동안 완전히 제거되었다. 물에 좀 담가 둬야 쓴 맛이 빠진다는데 그냥 해도 문제없더라. 들기름 치고 볶는다. 다진 마늘, 양파 넣고, 물 붓고, 소금 간 하고, 들깻가루 아까라 말고 털어 넣고 달달.. 청양고추, 대파 썰어 넣고 조리를 마친다.
생각한 대로잘 되진 않았다. 좀 더걸쭉하고진덤진덤했어야한다. 애당초 물을 좀 더 부었더라면.. 멸치 다시마 국물이라면 더 좋았겠지.. 쌀가루를 넣어야 한다는 말들도 꽤 하더라. 하지만 좋다. 매우 원초적이고 간결하다. 무엇보다 내 입맛에맞으니 됐다. 다음엔 좀 더 잘 되겄제, 암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