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내공 깊은 호래비 집에서 받은 밥상 겸 술상에 봄똥 겉절이가 똭~ 
"오매~ 존 거.." 감탄해 마지않았는데 그 기억이 삼삼하여 잊히지 않는다.   

그날의 밥상은 대강 이러했다. 
겉절이에서 향긋한 유자향이 솔~솔..
유자청을 넣었다네, 음.. 그럴듯해.
향도 좋거니와 유자 씹는 맛이 별스럽다. 

하여 나도 무쳤다 봄똥 겉절이, 봄똥은 무지하게 싸기도 하더라. 
어느 날 눈 내리던 밤이었던 것이다. 

깨끗이 씻는 것이야 기본이겠고 고춧가루, 새우젓, 다진 마늘, 대파, 청양고추를 넣었다. 
유자차를 찾았으나 10년 나마 묵어 시커메진 것뿐이다. 
하여 오미자청을 부었다. 적당량..
버무리는 건 손으로, 버무리고 나서 손가락 쪽쪽 빨고 손바닥 싹싹 핥는 맛이 별맛이다. 

짜다. 새우젓이 너무 많이 들어간 것이다. 
설익은 탱자술마저 시고 뜨럽다. 
하지만 잘 먹었다. 하얀 눈은 소리 없이 쌓여만 가고..

다음날 다시 무쳤다. 이번엔 달다. 
오미자청이 너무 들어갔다. 

삼세판, 드디어 완성되었다. 
아삭하면서 짤긋하고 매콤 새콤 달콤 고소한 봄똥 겉절이.
2천 원어치나 됐을까? 사흘을 먹었다. 
진도 봄똥 농민에게 감사드린다. 

밥이란 모름지기 이로고 묵어부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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