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부 두승산

가을이다. 
나는 당산나무 아래 앉아 있다.
들판은 황금빛, 시원한 바람 솔솔 불어온다. 
들판 너머 두승산이 둥실 솟았다. 
잔디밭 가상자리 호박 두 덩이 넝쿨째 들어왔다. 
엊그제만 해도 영락 없는 애호박이었는데 며칠 사이 몰라보게 컸다. 
비가 내린 탓이다. 
호박 한 덩이 따 들고 생각한다. 
어찌 먹어야 하나?

나는 국수를 좋아한다. 
더구나 가을이니 국수가 좋겠다. 
멸치 국물에 새우젓 간, 호박 썰어 넣고 마른 새우에 청양고추로 풍미를 더한다. 
냉장고에 생면이 있다. 면은 따로 삶아 찬물에 가신 후 끓는 국물에 풍덩..

상이 차려졌다. 
20분이 채 걸리지 않았다. 
칼국수 면이라야 했는데 아쉽다. 
그래도 맛있다. 
잘 먹었다. 
이렇게 끼니 하나를 해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