꽤 오랜만에 먹은 술을 먹지 않겠다는 결심. 
술을 먹지 않으니 집에서 밥을 먹게 되고, 술 없는 밥상 무엇으로 채울까를 생각한다.
불쑥 잘 자란 머웃대가 눈에 들어왔다. 
낫으로 쓱쓱 베어내 밥상에 올리기까지 시간 반, 요리는 속도전이다.
마술처럼 밥상을 차려내시던 그 옛날 어머니들 솜씨에 견줄 수야 없겠지만..

20시 15분

삶아 다듬어 프라이팬에 올리기까지 맨손으로, 칼이 필요 없다.  
15분가량을 삶았다. 질긴 껍질은 먹기 알맞은 크기로 토막 내는 동안 완전히 제거되었다. 
물에 좀 담가 둬야 쓴 맛이 빠진다는데 그냥 해도 문제없더라. 
들기름 치고 볶는다.
다진 마늘, 양파 넣고, 물 붓고, 소금 간 하고, 들깻가루 아까라 말고 털어 넣고 달달..
청양고추, 대파 썰어 넣고 조리를 마친다. 

생각한 대로 잘 되진 않았다. 
좀 더 걸쭉하고 진덤진덤했어야 한다. 
애당초 물을 좀 더 부었더라면..
멸치 다시마 국물이라면 더 좋았겠지..
쌀가루를 넣어야 한다는 말들도 꽤 하더라.
하지만 좋다. 매우 원초적이고 간결하다. 
무엇보다 내 입맛에 맞으니 됐다.
다음엔 좀 더 잘 되겄제, 암만..

21시 45분

어제 얻어온 완주 봉동 어신이 끓인 민물매운탕이 가세했다. 
3년째 먹어보는 한결같은 맛, 민물매운탕의 끝판을 보여준다. 

술 없는 밥상,
음식 쓰레기 없는 세상을 향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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