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문의 배앓이 이후, 나았다고는 하나 여파가 있다. 굶는 게 가장 편할 듯 하나 뭐라도 먹는 쪽으로 결정하고 속 편할 음식을 찾는다. "메밀국죽 먹어요" 그 말에 따르기로 했다. 나에게는 메밀쌀이 있다.
메밀쌀 살포시 두 주먹 집어 열심히 조랭이질, 정선된 메밀쌀은 흡사 싸레기다. 메밀을 껍질째 삶아서 다시 딱딱하게 말려 도정한 것이라 했다. 하여 요즘 시판되는 메밀쌀과는 많이 달라보인다. 이 메밀쌀 두 줌에도 정선 농민의 땀이 배어 있다.
멸치 다시물 만들어 메밀쌀 넣고 끓이기 시작한다. 물은 과도하게 많다 싶을 정도가 적당하다. 된장 아까라 말고 한 숟가락 담뿍 떠 넣는다. 된장 만으로 간을 하니 감이 중요하다. 열심히 끓이다가 메밀쌀이 부풀어 퍼질 무렵 약간의 묵은지, 청양고추, 대파를 썰어 넣는다. 좀 더 끓이다가 마무리.. 국과 죽의 오묘한 경계, 물이 과하거나 모자라지 않게 잘 끓여졌다.
메밀국죽 한 상 대령이오~ 구수한 된장, 대파의 풍미, 칼칼한 청양고추, 새곰한 묵은지.. 어느 것 하나 과하지 않게 각각의 맛이 지대로 어우러졌다. 험악한 강원 산골 정선의 맛이 전라도 들판 밥상에 날아와 앉았다. 매실주 석 잔 곁들이니 세상 부러울 것 없더라. 아리~이랑~ 아리~이랑~~ 아라아~ 리이이이이이~요오~오오오~~~
메밀국죽 먹고 일어난 새 아침 뱃속이 정말이지 편안하기 짝이 없다. 메밀쌀이 묵은 체기를 내린다더니 빈말이 아니었던 모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