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림 저수지

동림지 뚝방을 걷는다. 
대략 1km, 뚝방길 걷기에는 더없이 좋을 때다. 태풍 힌남노 조용히 지나가 들판은 무사하다. 

홀연 갈매기 한 무리 나를 스치고 날아간다. 
대략 20여 마리, 자유분방하고 활기찬 날갯짓이 황홀하다. 
빠른 걸음으로 차로 돌아가 사진기를 챙긴다. 갈빗대가 다 낫지 않아 자세가 나올까 염려했으나 큰 지장은 없다. 
얼마 만인가? 사진기가 낯설다. 

앞에 어떤 수식어가 붙는지는 알 수 없으나 제비갈매기다.
녀석들은 사라졌다 갑자기 나타나고 또 홀연히 사라지기를 반복한다. 
가만히 살펴보니 그 넓은 저수지를 시계 반대 방향으로 빙빙 돌고 있었다. 
녀석들을 잘 보기 위해서는 약간의 인내가 필요하겠다. 

도감을 뒤져보니 '흰죽지제비갈매기'라고 생각했으나 전문가에게 의뢰하니 '구레나룻제비갈매기'란다. 
애당초 잘 살폈어냐 하는데 한 번 잘못 보니 그냥 그러려니 했던 것이다. 

해안습지, 강, 저수지를 드물게 통과하는 나그네새, 주로 해안에서 멀지 않은 내륙 습지에서 관찰된다. 
봄철 5월 초순에서 6월 중순까지, 가을철 8월 초순에서 9월 하순까지 통과한다. 
수면 위를 빠르게 날면서 수면 위로 떠오르는 먹이(작은 어류, 곤충)를 찾는다. 
- 야생조류 필드 가이드(박종길 저)

창공을 맘껏 활보하는 녀석들, 진정 비행을 즐기는 듯하다. 
마치 재기 발랄한 10대 청소년들을 바라보는 양 나도 모르게 몸이 가벼워지고 흐뭇해진다. 
나도 저런 시절이 있었는데..

2022.09.08 동림 저수지
2022.09.08 동림 저수지

오랜만에 손에 잡아보는 사진기가 익숙지 않아 아쉬운 장면을 많이 놓쳤다. 
카메라 기능을 좀 더 숙지하고 다시 도전해보는 것으로..
그러니 아직은 사라지지 말어라. 
다시 만나세 구레나룻제비갈매기여~

2022.09.08 동림 저수지
2022.09.08 동림 저수지
2022.09.08 동림 저수지
2022.09.08 동림 저수지
2022.09.08 동림 저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