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

한 댓새 됐을까?
눈 살째기 내린 어느날 선운사에 갔다.
좀 더 서둘러 갈걸..
고닥새 다 녹아버리고 흔적만 남었다.
부도전 들러 제 자리로 돌아온 백파율사비에 새겨진 추사 글씨 구부다 본다.
안목이  없으니 그저 그러려니 할 뿐 감흥이 없다.

화엄종주 백파대율사 대기대용지비
선운사 민불

도솔천 따라 오르는 길가, 무심히 서 있던 민불이 눈에 들어온 것은 유홍준 문화유산답사기를 읽고 나서였다.
그 후론 오가면서 한 번씩 만져보고 쓸어보곤 했더랬다.
헌데 어느 날 홀연히 사라지고 그 자리에 조잡한 불상이 대신 서 있었다.
알고 보니 절에서 성보 박물관이라는 것을 만들어놓고 백파율사비와 함께 그 안에 모셔 두었던 것이다.
박물관이 닫히고 백파율사비는 제 자리로 돌아갔는데 민불은 박물관 앞에 서 있다.
중들 욕심이..

선운사 동백은 4월에 핀다.
그 숲 속 어딘가  겨울에 피는 두 그루 동백이 있다.
이제 막 한두 송이 벙긋벙긋 벌어지기 시작하더라.

김성수 일가 사당 있던 자리, 제각은 불타 없어지고 묘한 분위기 자아내는 담장과 문짝이 남았다.

저기 가을이 남었네.
도솔천 물속 단풍이 먼저 눈에 들어왔다.

유난히 멋대가리 없이 물들었던 선운사 단풍이 마지막 정염을 불태우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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