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에서 나는 약초를 잘 아는 친구가 있다.
작년 이맘때, 두릅 참 맛있더라고 두릅 좀 따오라 했더니 두릅보다 더 맛난 것 주겠다며 보여준 것이 땅두릅이다. 
감탄사까지 늘어놓으며 얼마나 맛나게 먹었던지.. 집에다 심어놓고 뜯어먹으려고 모종까지 몇 포기 얻어다 집터 으슥한 곳에 심어두었었다.  
땅두릅, 독활이라고도 하고 한방약재로, 민간 치료제로 널리 쓰인다 한다.
하지만 나에게는 봄철 좋은 안주거리일 따름이다.
새싹이 씩씩하게 올라오는 것은 확인하였으나 언제, 어떻게 뜯어먹는지를 몰라 방치해두었더니 너무 자라 버렸다. 
그 친구한테 전화하였다.  
땅을 좀 헤작거리고 밑둥을 베어내라 한다. 그리고 거기에 맵저를 한 10센티 두툼하게 덮어두라 한다. 
그렇게 해두면 더 많은 순이 올라오고 연한 순을 먹을 수 있다 한다. 
그럼 이건 어찌할 거냐 하였더니 다소 쇠얐다 하더라고 먹을 수 있다 한다.

하여 나름 정성을 다하여 다듬어두었다.

일을 마치고 집에 들어오니 몹시 출출하다.
이런 때 술이 몹시 땡긴다. 
이때에 밥을 먹어버리면 술 생각이 천리만리 달아나버리고 술을 먼저 마시면 자칫 술이 길어지기 십상이다.
어찌할 것인가? 두릅은 있고 밥은 새로 해야 한다는데..
우선 두릅 데쳐 술부터 한잔 하는 것이 순서 아니겠는가?

막걸리가 없어 동네 아짐이 며칠 전 가져다준 복분자술로 대신하였다.
여러 두릅 중에서 땅두릅이 향이 가장 진하고 줄기를 깨무는 아삭한 맛 또한 가장 좋다.
한입 베어 무니 입안 가득 향이 퍼진다.
두릅 특유의 쌉쏘롬한 맛은 그다지 없고 향이 강하게 느껴진다.

참두릅으로 시작해서 개두릅, 땅두릅까지 올봄 모처럼 철에 맞춰 세 가지 두릅을 고루 섭렵하였다.
덕분에 입이 호강하였다.
어느 것 하나 빠질 수 없는 맛과 독특한 특성이 있다.
사람마다 차이가 있겠지만 나는 땅두릅이 가장 좋다고 본다.
올봄 농사꾼으로 누리는 호사가 좋다.
농업보조금을 없애느니, 재벌기업이 농업에 진출할 수 있는 길을 튼다느니, 한미 fta 비준안을 상임위에서 의결하기로 했다느니 하는 암울한 소식들이 가슴 답답하게 하지만 또 한켠에서 땅을 일구며 희망을 만들어가는 건강한 농민들이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마시라. 

이중기 시인의 시구가 생각난다.  

 당신은 농부와 농민 중에서 어느 쪽이냐는 참 고약한 질문에..
 죽어라 일에만 복종하는 농부보다는 반골 기질 숨어있는 농민이 나는 썩 좋다
 그래서 그런지 농민은 생의 북쪽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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