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가 시작되었다 한다.
예년보다 이른 장마다.
밤사이 꽤 많은 비가 내리고 다시 내리고 있다.
그간 가물랐던 땅을 충분히 적시고 남을 양이다.
엊그제 심은 철쭉에게는 더없이 좋은 단비가 되었다.
이제 그만 와야 된다. 
비가 계속된다면 수확이 한창인 복분자에게는 치명적이다.

비가 내리니 막걸리 생각이 난다.
술 생각이 떠오르면 안주 생각이 뒤따르기 마련이고..
지난 4월 장흥에서 먹은 회진포 물회 생각이 간절해진다.
그날 날씨는 달아오른 선거 열기만큼이나 무더웠다.
누렇게 익은 보리가 물결치고 있었고 양파 수확이 한창이었다.
고창보다는 달포 가량이나 철이 이르다는 생각이 들었다.

회진포 물회는 된장을 풀어넣은 국물에 그날그날 잡힌 잡어를 가시 째 썰어 넣고 여기에 잘 익은 열무김치를 주된 재료로 첨가하여 맛을 잡는다.
비린내가 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은 붙들어 매시라.
된장끼와 열무김치가 완벽하게 비린내를 가시게 한다.
된장을 풀어넣는 것이 회진포 물회만의 특징이 아닐까 생각된다.
얼음을 넣어 시원하게 하는 것은 물론이다.

매운 고추를 한 입 베어 물어야 입안이 개운해지는 나는 청양고추라면 마냥 좋다.
잘게 썬 청양고추를 듬뿍 쳐 넣고 몇 숟갈 뜨니 속이 시원하면서도 이마에서는 땀이 돋는다. 

물회를 정신없이 몇 대접 먹고 여기에 밥을 말아 몰아넣으니 배는 터질 지경이 된다.
그래도 마지막 한 방울까지 남김없이 잘 들어간다.
여름철 입맛 없을 때 입맛을 당기고 더위에 늘어진 어깨를 추어올리는데 제격이겠다.
사진만 보고 있어도 입 안에 침이 한 사발이나 고인다.
술은 막걸리보다는 소주가 맞겠다.
여기에 막걸리를 먹는다면 정말로 배가 터져버릴지 모를 일이다.

가격은 알 수가 없다.
정광훈 의장님과 해남에서 오신 분들이 계산하였다.
장흥에 가실 일이 있거든 꼭 찾아 일부러 드셔 보시라.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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