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소식을 들은 것은 갯벌체험에 나선 공부방 조무래기들 뒷바라지를 빙자한 나들이에서였다.
썰물때인지라 바닷물이 십리는 물러난 갯벌 한가운데서 전해들은 서거 소식은 믿기 어려운 것이었고 마음의 갈피는 허공을 맴돌았다.
분노도 아니고 슬픔도 아닌, 그 무엇도 아닌 허탈함, 허망함..
허 그것 참..
죽어야 할 놈들은 따로 있는데.. 학살자 전두환이도 시퍼렇게 살아 있는데..
가슴 속 한 점 분노도 불러일으키지 못하는 이 허망한 죽음이라니..
도데체 무엇이란 말인가..
명복을 빈다는 흔한 생각조차 잘 들지 않았다.

밀물때가 되어 바닷가로 밀려나온 후로도 하루 점드락 바닷가를 맴돌았다.
그리고 언제부터인가 모르게 '민들레처럼'이라는 노래를 반복하고 있었다.


민들레처럼..
무수한 발길에 짓밟히고 짓밟혀도 끝내 꽃을 피우고 꽃씨를 날려 더 많은 자신을 복제하는 민들레처럼..
그렇게 살 수는 없었을까?
그러나 그것은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닌 모양이다. 
그것은 세상의 근본을 이루는 민중들만이 가 닿을 수 있는 삶의 저편 언덕이다. 


모래바람 몰아치는 혹독한 환경에도 굴하지 않고 뿌리를 내려 꽃을 피워올린 갯메꽃처럼
끊임없는 파도의 침노에도 까딱 없는 강인함으로..
그렇게 살 수는 없었을까?
그리하여 모래바람과 파도에 맞선 해변의 첨병마냥
독재의 부활에 맞서 싸우는 민주주의의 첨병이 될 수는 없었을까..
...
그러나 이 역시 그의 몫은 아니었던 모양이다.
오직 세상의 근본을 이루는 민중들만이 해낼 수 있는,
역사의 진정한 주인만이 해낼 수 있는 투쟁의 과업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허망한 죽음이라는 생각을 지우기가 힘들었다. 
다만..
대체 얼마나 해먹었다고.. 전두환, 노태우, 김영삼이도 아무렇지도 않게 잘 살아가고 있는데..
부끄러움은 커녕 큰소리 뻥뻥 치면서 살고 있는데..
아 그래도.. 그래도, 성분이 다른, 그래서 그들과 비교할 수 없는 살아있는 양심이 그런 극단적 선택을 하게 하지 앟았을까..
역사가 평가할 일이다.
한편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전직 대통령으로 하여금 이런 극단적 선택을 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든 장본인
대통령 이명박이의 말로는 대관절 어떠할 것인가?
과연 대통령 이명박이 콧대도 드높이 살 날은 얼마나 남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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