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물치를 우리 동네에서는 까마치라고 합니다. 산모에게 고와 먹이면 좋다고 하지요. 디스토마가 우려스럽지만 회로 먹으면 기가 막힙니다. 막걸리에 주물러서 무쳐먹는 '회평'도 좋구요. 큼직한 놈 한 마리 썰어 놓으면 서너 명이 소주 댓 병쯤 금방 깝니다. 자연산 까마치는 가격이 좀 나갑니다.
방죽 가상에 까마치 두 마리 어슬렁거립니다. 내외간일까요? 봄 가뭄으로 바닥이 거북이 등 껍닥처럼 갈라졌습니다. 까마치는 방죽이 완전히 말라도 진흙 속에 박혀서 산다고 하지요. 물 밖에서도 호흡을 할 수 있다고 합니다. 딸래미 산후조리시키러 서울 가는 친정엄마, 비료푸대에 물 없이 담아가도 까마치는 삽니다. 요즘은 까마치로 산후조리하는 사람 없을 겁니다.
뭔가 새까만 무리가 따라다니네요. 까마치 치어들입니다. 가만히 보니 까마치가 치어를 보살피고 있습니다.
이놈들 다 크면 까마치 방죽 되겠습니다. 그럴 일은 없겠지요.
까마치 양어가 한 때 왕성하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이를테면 고소득을 올려주던 황금기였지요. 그 당시 처음으로 치어 인공부화에 성공한 사람이 있었는데 그 냥반이 우리 동네 사람입니다. 한 20여 년 전의 일입니다. 그 냥반은 그걸로 힘 잡아서 지금은 꽤 성공적인 삶을 살고 있습니다. 오랜만에 까마치를 보니 옛날 생각이 납니다. 한 열 살만 젊었거나 나 말고 한 사람 더 있었으면 까마치 잡는다고 첨벙거렸을지 모르겠습니다. 새끼들을 봐서 참았으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