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마다 장맛비가 내린다.
놀기 좋다.
검게 그을렀던 얼굴과 팔뚝이 뽀얀 본래의 색으로 돌아가고 있다.
금방이라도 비가 쏟아질 듯한 우중충한 날씨에 저수지 뚝 밑 수로에 갔더니 물총새들이 즐비하게 앉아 물에다 총질을 해대고 있다.


대개 이런 자세로 앉아 물 속의 물고기 동향을 예의 주시하다가 불시에 총질을 한다. 
'어' 하면 상황 끝이다.  


혹은 이렇게 앉거나..


이 한몸 총알이 되어 물에 꽂힌다.
물총새는 몸이 곧 총알이다.
그런데 그 총알이 부메랑이다.


수차례의 실패 끝에 드디어 총질 장면을 사진에 담았다.
촛점은 제대로 맞지 않았지만 그런대로 봐줄만 하다.
물총새 총질 장면을 사진기에 담기는 처음이다.
그동안 눈으로만 가끔 봐왔을 뿐이다.


한번 더..
이번에는 한박자 느리게 찍혔다.  


누가 더 진지하게 사냥에 임하고 있는가?


정작 딴청 피우는 듯 하던 녀석이 미꾸라지를 잡았다.
이 녀석들 사냥 성공률은 과히 높지 못한 듯 하다. 
이날 20여분간 지켜보며 꽤 많은 총질을 목도했지만 사냥에 성공한 녀석은 이 녀석 단 한마리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