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새 쫓아가다 가지쟁이 찢어졌다는 뱁새.
제대로 된 이름은 '붉은머리오목눈이'이다.
하필 크고 귀하신 황새하고 비교되는 통에 '뱁새'는 억울하다. 
단지 작다는 이유로 황새하고 비교가 되었을텐데, 그래서 작은 것도 서럽다 할만한데 '허영심 많고 분수를 모르는..' 이라는 억울한 누명까지 쓰고 있으니..
내가 아는 뱁새는 절대 그런 새가 아니다. 
뱁새에 대한 편견을 버리자.
또 하나, 가늘게 째진 눈을 일컫는 '뱁새눈', 그러나 뱁새의 눈은 가늘게 째지지 않았다. 
들여다보면 측은지심이 절로 드는, 금방이라도 울어버릴 것 같은 동그랗고 순진한 눈을 가지고 있다. 
뱁새눈에 대한 오해를 버리자.
 

우리집 텃밭을 감싸고 있는 탱자 울타리를 다듬고 탱자울타리 밑 풀을 베어내다 뱁새 둥지를 발견하였다. 
하마터면 무자비한 예초기 칼날에 풍지박산이 날뻔 하였다. 
가까스로 칼질은 피했으나 의지하고 있던 다른 풀들이 사라지는 통에 은닉되어 있던 둥지가 훤히 드러나고
옆으로 쓰러져 땅바닥에 닿을 지경이다.  
풀베기를 중단하고 풀을 일으켜 세워 쓰러지지 않게 세워놓았으나 처음같지는 않다.
알을 품고 있던 어미는 어디엔가 숨어서 나를 보고 있을 것이다. 
날이 저물어 다시 알 품으러 오는 어미를 확인하지 못하였다.
혹 알품기를 포기하고 떠나버린 것은 아닌지 걱정스럽다.


이튿날 아침 비가 내린다.
비내리는 뱁새 둥지, 그 속에 어미가 있다.
딸싹도 않고 알을 품고 있다.
간밤의 우려는 기우였다.
그 작은 몸집마저 다 들어가지 않을 정도로 집이 작다.
어른 주먹 하나보다 좀 작다고 보면 거의 정확하다.
비를 맞으며 알을 품고 있는 모습에서 숭고함이 느껴진다.
황새 쫓는 뱁새라는 편견을 버리시라.


다시 이틀이 지났다.
어미의 자세는 여전히 그대로다.
아직 알을 품고 있는 것으로 생각하였다.
사진을 찍는 나와 눈이 마주쳤다.
아뿔싸 어미가 둥지를 떠난다.
아따금 나타나 사진을 찍는 내가 이 녀석한테 심한 압박을 주지 않았나 생각하니 미안스럽다.
그런데 어미가 떠난 자리 꼼지락거리는 생명들이 있다.
언제일까? 부화가 되었구나.
새끼들은 아직 털오라기 하나 걸치지 못하고 있고 눈도 제대로 완성되지 않았다.


목도 제대로 가누지 못하던 녀석들이 갑자기 일제히 고개를 쳐들고 입을 벌린다.


아하! 어미가 둥지 근처에 왔다. 입에 무언가 물고..
이제 막 생긴 녀석들이 어미 기척은 용케도 안다.
눈도 안생기고 귓구멍도 안뚫린 녀석들이 어미의 기척은 어찌 알았을까?


와 뱁새 크다.
새끼 앞에 선 어미의 몸집이 거대해보인다.
무엇을 물고 왔을까?
무슨 벌레이거나, 곤충이거나..
새끼에게 즙을 짜서 먹이듯이 먹이고 있다.
젖을 먹이는 듯한..


뱁새의 영롱한 눈을 보시라.
작고 찢어진 눈?
뱁새눈 아니다.
'MB눈'이라 하자.

2009/08/18 - [새 이야기] - 뱁새의 위대한 모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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