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라비오름에서 내려오니 가시리 사람 석대가 밑에서 기다리고 있다.
반갑게 손 한번 잡아보고 바로 술 한잔 하러 간다.
석대를 만나면 늘 가는 가시리 나목도 식당.
돼지갈비를 주문하였으나 이미 떨어지고 없단다.
한동네 사는 친분과 인척관계를 내세워 은근히 청을 넣어보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매몰차기 그지 없다.
"없수다게"
여러차례 이 집에 와봤지만 갈비는 한대도 뜯어보지 못하였다.
삼겹살을 시켰다.


"이것이 삼겹살이다"라고 과시라도 하듯 두툼하게 썰어놓은 삼겹살이 위풍도 당당해보인다.
고기를 썰고 접시에 담는 손길에 그 어떤 기교도 포함되지 않은 생긴 그대로의 삼겹살이다.


굽는 것 역시 아무런 기교가 필요없다.
그저 적당히 익으면 가위로 먹기 좋게 자르면 된다.


다만 먹는데에는 기교가 필요하다.
가시리 사람 석대가 알려준 기교의 핵심은 '멜젓'에 찍어먹는 것이다.
멜젓이 맛나게 생겼다.


그냥 찍어먹어도 좋지만..


이렇게 불판 위에 올려놓고 청양고추를 썰어넣은 다음 소주를 적당량 부어 끓인다.


메콤한 청양고추 맛이 곁들여진 너무 짜지 않은 멜젓 국물이 만들어진다 .
여기에 삼겹살을 찍어먹으면 입에 들어가는 순간 녹다시피 하여 목으로 넘어간다.
가시리 삼겹살은 부드러우면서도 쫄깃하게 씹히는 껍질맛이 일품이다. 
삼겹살 그 자체의 맛으로 승부하는 가시리 삼겹살 구이는 우리나라 어디에 내놓아도 빠지지 않을 맛이다.
가시리 돼지고기의 맛은 좋은 물에서 나온다 한다.
기회가 되신다면 물좋은 가시리의 맛좋은 돼지고기에 흠뻑 젖어보시라. 
요즘 올레길 순례 열풍 속에 나목도 식당도 손님이 많이 늘었다고 한다.
가시리가 올레 코스에 들어 있지 않지만 올레꾼들의 입소문을 타고 많이들 찾아온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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