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에서 잘 나가는 막걸리집들은 대개 자정이 넘기 전에 문을 닫는다.
잘 되는 집들은 그날 팔만큼만 장을 보고, 장 본 안주거리가 떨어지면 문을 닫기 때문이다.  
때문에 새벽녘까지 문을 열어놓은 집들은 장사가 잘 안되는 집들이라 생각해도 무방하다.
삼천동 막걸리 골목의 용진집, 서신동 옛촌 막걸리 등이 유명하지만 전주시내 곳곳에 숨어 있는 제대로된 막걸리집들은 한둘이 아니다.
안주목록이 규격화되어 마치 안주공장에서 나오는 느낌이 드는 막걸리집이 있는가 하면, 그날그날 장보기에 따라, 철에 따라 안주가 바뀌는 집들이 있다.
집집마다 독특한 안주가 있을 것이고, 술꾼들의 입맛도 저마다 다르니 딱 꼬집어 "이 집이다"라고 말할 수는 없다.
안주 말고도 분위기 또한 술맛에 많은 영향을 끼친다는 것까지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전주 시내 곳곳에 자신의 취향과 입맛에 맞는 독특한 막걸리집들을 개척해 놓고 상황과 여건에 따라 항시 일행을 안내할 정도라면 그 사람은 진정한 전주의 술꾼이라 할 만하다.  
가볍게 한잔 목을 축이는 낮술도 좋고 어디 한군데 진을 치고 앉아 질퍽하게 젖어보는 것 또한  나쁘지 않다.
때로는 배가 터질 지경이 되어서도 뒤이어 나올 안주에 대한 기대로 '한주전자 더'를 남발하다 그만 만삭이 된 배를 안고 취해버리는 것도 좋다.

농민대회를 마치고 전주에 잔류하였다.
막걸리 한잔 하자는 공론이 일고..
'아낌없이 주련다'로 가자 한다.
처음 듣는 집이다.
3년을 전주에서 살다시피 했지만 바로 사무실 근처에 있는 이 집을 모르고 있었다.
한주전자에 12,000원, 물가가 올라 전주 막걸리 값도 올랐다.
잘 되는 집들의 공통점은 많은 가짓수에도 불구하고 다 맛있다는 것이다.
어느것 하나 흠 잡기 힘든 안주가 나오고 접시가 비워지는대로 속히 채워진다면 더 무엇을 바라겠는가? 

계란

고동

고구마

장어구이

한치

개불

맑은생태탕

꼬록

애기배추무침

홍규형


대충 이런 안주들이 나왔다.
홍어찜은 나오자마자 먹어버려 사진이 없다.
맑은 술로 두주전자 먹었다.
홍규형의 표정이 꽤 흡족해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