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1일.
새 학기가 시작되어 고등학생 나이가 되는 큰 놈과 중학생이 되는 딸을 묶어서 기숙사가 있는 학교에 갖다 놓고 돌아오는 길이 다소 헛헛하다. 
집에 혼자 남게 된 막둥이 딸이 많이 심심하고 허전하겠다.
이럴 때는 아이들이 크는 속도가 쏘아놓은 화살 같다는 세월보다도 빠른 느낌이다.  
저것들이 언제 클까 싶고 평생을 물팍 아래 끼고 살 것 같았는데 어느새 곁을 떠나가다니..
논에 심어놓은 모 크는 것이나, 아이들 크는 것이나, 흐르는 세월이나..

돌아오는 길 흥덕에서 막걸리 한잔 걸치고 집에 들어오니 말캉 밑에서 개 짖는 소리가 난다.
어라? 뭔 소리여? 언놈이 주인 없는 집에 들어와 주인 행세여?
자그맣고 하얀 개 한 마리 말캉 밑에서 튀어나와 어둠 속으로 사라진다. 
이튿날 아침, 토방에서 알짱거리던 녀석 우리를 보더니 또 저만치 거리를 두고 달아나 킁킁거린다.


집을 나온 것 같지는 않고 버려진 듯 한 녀석 사람 주위를 맴돌면서도 좀처럼 곁을 주지 않고 멀찌감치서 꼬랑지만 흔들어댄다.
동물심리 상담사(애니멀 커뮤니케이터)가 장래 희망인 막둥이가 녀석과의 관계를 개선해보겠노라고 애를 쓰고 있다. 
집에 있는 시간이 매우 짧은 우리 식구들 집을 들며 나며 아는 체하고 생각나면 밥 한 덩어리씩 던져주며 갖은 애교를 떨어대니 이 녀석과의 거리도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아직은 먹을 것으로 유혹해야 만져볼 수 있는 수준이긴 하지만.. 

눈 온 날 아침 대문간에서 부르니 눈길을 헤치며 달려오는 척 하다 만다.


막둥이가 복실이라 이름 지었으나 앉아있는 틈새로 보니 수컷이다.
막둥이와 합의하여 복돌이라 개명하였다.
굴러들어 온 개 복돌이. 무슨 혈통이 있는 건지 그냥 잡종인지 알 수는 없으나 하는 짓이 밉지 않다.
가끔은 지가 주인행세를 하기도 하지만 항상 제 있을 자리를 의젓하게 지키며 아이들이 떠나간 빈자리를 훌륭하게 메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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