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창과 담양의 경계지점.
몇 해 전 전북도연맹 역사기행에서 찾았던 장소, 유격대의 후방기지가 있었다는 곳이다. 
가파른 산길, 협곡을 차고 오르면  어머니 품속 같은 포근하고 아늑한 산자락이 느닷없이 열린다.  
그 시절 비트의 흔적이 곳곳에 남아 있다. 학교도 있고 병원도 있고 공장도 있었다고 한다. 
지금은 복수초와 얼레지가 흐드러지게 피고 지는 꽃밭이 되었다. 
그 흐드러진 꽃에 취해 산길을 걷는데 뭔가 푸드덕 날아올라 나뭇가지에 앉는다.
꿩도 아니고 닭도 아닌 묘한 녀석, 꿩처럼 날기도 하지만 닭처럼 숲 바닥을 허적거리며 걷기도 한다.
녀석과의 첫 만남은 그랬다.


이번에는 꽃이 아닌 이 녀석을 목표 삼아 다시 찾았다.
예의 그 장소, 이쯤이다 싶은 곳에서 녀석들을 다시 만났다.
낙엽 사이를 거닐고 있는 녀석을 사람이 먼저 발견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사람을 먼저 발견한 녀석이 풀썩 날아서 나뭇가지에 앉아주어야 사람은 비로소 그 존재를 인식하게 된다.
이 녀석 보기에도 맛있게 생겼다.
그 옛날부터 사냥꾼들의 좋은 표적이 되었을 법 한데 의외로 사람에 대한 경계가 심하지 않다. 
멀리 가지 않고 바로 인근 나뭇가지에서 사람의 동태를 살피다 안전하다 싶으면 다시 제 자리에 내려앉아 태연하게 제 할 일을 한다. 
 

수컷
암컷


촌 양반들은 '산닭'이라 불렀다.
산닭이라 해도 과히 나쁘지 않다. 얼른 붙여 부르기 좋은 직관적인 이름이다.
본래 우리가 부르던 이름은 산닭일 수도 있겠다.
하지만 제대로 된 이름은 '들꿩'이다.
닭으로 변신하다 실패한 꿩일까?


수컷이 복수초 꽃밭 사이를 거닐고 있다.
 

나무 위에 오른 녀석 위엄이 있다.
 

암컷도 따라 오르고..


수컷이 부르니..


암컷이 화답한다.

인적 없는 조용한 숲, 양지바른 곳에서 녀석들은 한가롭게 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