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맛비가 내릴 것이라는 예보를 앞에 두고 덕유산에 올랐다.
곤돌라를 타고 중봉까지만 다녀왔으니 올랐다 할 것도 없다.
봄은 가고 여름은 아직 일러 모든 것이 어정쩡하다.
재작년 7월엔가 나무 그루그루마다 터를 잡고 울어대던 두견이를 꼭 한번 보고야 말리라는 기대가 있었다.
하지만 두견이 소리 딱 한번, 휘파람새 역시 많은 개체가 있지는 않은 듯 하였다.
몇 안되는 휘파람새 녀석들이 마치 따라다니며 숨바꼭질하듯 숲 속 가까운데서, 혹은 바로 옆에서 우렁차게도 울어댄다.
마치 "나 찾아봐~라" 하고 늘리는 듯 하다.


좀체로 모습을 드러내지 않던 녀석, 대피소 부근 소나무 가지에 높이 올라 노래를 부른다.
자신의 영역을 선포하는 것인지, 짝을 찾는 것인지는 알 수 없다.
시야는 단 한군데에서 확보된다.  다가설 수가 없다.


한참을 울어대던 녀석 훌쩍 숲 속으로 사라지고 나는 산을 내려왔다.


함박꽃이 청초하고 다소곳하게 피었다.
북에서는 목란이라 하고 나라꽃으로 지정해둔 꽃이다.
이 시기에 산에 오른 적이 꽤 되었나 보다. 오랫만에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