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나무  가지에 앉은 새홀리기를 보았다.
꽤 가까이 다가가도록 날아가지 않고 경계의 눈초리로 나를 쏘아보고 있다.


새홀리기가 앉아 있는 나무 꼭대기 부근에 둥지가 보이고 둥지 속에서는 새 꼬랑지가 보일락 말락..
새 집을 장만한 것으로 보이지는 않있다. 아마도 비둘기집이었던 듯 싶다.
보초를 서고 있던 녀석이 수컷, 알을 품고 있던 녀석을 암컷이라고 생각하였다. 편의상.
7월 19일의 일이다.


7월 23일, 열심히 알을 품고 있다. 오늘은 낯바닥이 보인다.
역시 이 녀석을 암컷이라 생각해본다. 


여전히 보초 서고 있는 것일까? 둥지에서 다소 떨어진 나무가지에 앉아 여전한 눈초리로 나를 감시하고 있다.


위협을 느낀 것일까? 아니면 별볼일 없다 생각 했을까?
훌쩍 날아 거너편 전봇대 뽕아리에 앉는다.

새홀리기는 여름철새이다.
새홀리기라고도 하고 새호리기라고도 한다.
겨울은 여기보다 더 추운 북쪽 지방에서 나고 여름에는 더 더운 우리나라에 찾아오는 묘한 녀석이다.
아마도 번식하기에는 북쪽보다는 우리나라가 더 나은 탓이리라.
황조롱이보다 귀하고 붉은배새매보다도 드물게 보이는 잘 생긴 녀석이다. 
28일간 알을 품고 약 한달간 새끼를 거둔다 하니 내가 발견하기 훨씬 전부터 알을 품고 있었을 것이고, 앞으로도 한 보름 가량은 둥지에 머물며 새끼를 키울 것으로 보인다.  


7월 27일, 알을 깨고 나온 새끼가 보인다.
언제 나왔을까? 어제? 아니면 오늘?


8월 4일, 그 사이 컸을까? 새끼들의 모습이 잘 보인다.
뭔가를 열심히 찢어서 새끼들에게 먹이고 있다.


새들이 방해받지 않을만한 인근 나무에 사다리를 걸치고 시야를 확보하였다.
솜털뭉치같은 새끼들의 모습이 꽤 양양해보인다.
불볕더위가 연일 계속되고 있지만 시원한 나무그늘이 늘 드리워져 있고 시원한 바람이 솔솔 부는 둥지 위에 있는 녀석들의 모습이 편안해보인다.
새들의 생활이 방해받지 않으리라는 것은 순전히 내 생각일 뿐이다.
가급적 가끔, 짧은 시간동안만 들여다보기로 마음먹는다.


8월 7일, 며칠 사이 부쩍 큰 듯 하다. 어미는 더 이상 먹이를 찢어주지 않는다.
이 날 이후 새들을 제대로 관찰하지 못하였다.
그 사이 태풍이 지나가고 어젯밤에는 천둥 번개가 치면서 큰 비가 내렸다.
잠시 잠잠하던 날이 다시 어두워지더니 천둥소리와 함께 다시 비가 내리고 있다.
불현듯 녀석들의 안위가 염려스러워진다. 
얼마나 컸을까?
내일 해장쯤에 보러 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