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심 쓰는 걸로 봐야 할까요?
막판 무더위가 장난이 아닙니다.
이 시각이면 아직 선선해야 할 때인데 이미 온몸의 땀구멍들이 가동되려 하고 있습니다.
아무것도 안하고 앉아 있는데도 말입니다.

시원한 냉면이 생각납니다.
그 중에서도 진주냉면이 생각나는데요.
냉면이라 하면 한국전쟁 이후 북에서 내려온 실향민들에 의해 이남 사람들도 널리 즐기게 된 것으로 일반화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진주라 천리길'이라 하는 이남의 끄트머리에 이북에서 내려온 냉면들과 필적할 만한 냉면계의 독특한 계보가 있다 하니 이름하여 진주냉면입니다. 
고창에서 부산을 오가는 길목 어디쯤에서 요기를 해야 할 것인가를 고심하던 중 진주냉면의 존재를 알게 되었고 그날 이후 부산을 오고 갈 때 어지간하면 진주에 들려 챙겨먹곤 합니다.  


저는 물냉면만 먹습니다. 다른 사람에게는 비빔냉면을 권해서 몇 젓가락 뺏어먹지요.
놋그릇에 담긴 냉면이 격조있어 보이지 않습니까?
조현호 청장 후보자가 이제 우리도 선진국민답게 격조있게 슬퍼할 줄 알아야 한다고 했다는데 냉면 그릇을 보면서 뜬금없이 조현호가 떠오르는건 또 무슨...  날도 더운데.. ㅆ


진주냉면은 육수를 멸치, 홍합, 문어, 바지락 등의 해산물로 맛을 낸다 합니다.
그렇다고 여간한 혀가 아니고서는 해산물로 육수를 냈다는 것을 알아채기는 힘들것 같습니다.
그렇다 하니 아 그렇구나 하는거지요
그리고 쇠고기 육전을 채 썰어서 고명으로 얹어주네요.
맛을 내는 기본에서부터 이북의 냉면과는 다른 독특함이 있습니다.
맛은 수수합니다. 담백하다거나 감칠맛이라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다소 복잡한 맛이 나는 듯 합니다. 
혀 끝을 찰지게 감아도는 맛이라 할까요? 여운이 다소 길게 남아 다 먹고 난 다음에도 한동안 입맛 다시게 됩니다.
먹어본 지가 한달이 넘어서인지 혀 끝의 기억이 아스라하네요.


서부시장에 있는 '진주냉면'집이 원조라 합니다.
계산대에 앉아 계신 원조 할머니를 딱 한번 뵌 적이 있는데 진주냉면의 맛과 잘 어울리는 인상이셨습니다.
고속도로를 지나다 찾아갈라 치면 대전 통영간 고속도로에 있는 서진주 나들목으로 나오시는게 좋습니다.
대략 5분에서 10분 사이에 낸면집에 당도할 수 있습니다.
이 글을 쓰는 동안 잠시나마 진주냉면 생각에 속이 서늘해졌습니다.
그것만으로도 고맙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