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다.
땅콩 거둘 때가 되었다.
땅콩은 가물어야 밑이 잘 든다 했는데 비 내린 날이 많았음에도 어지간히 밑이 들었다.
땅콩 캘 놉을 얻자 하니 사람이 없다.
계속된 비로 제때 밭 닦달을 하지 못한 김장채소들을 심느라 인부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만큼이나 어렵고 인건비는 부르는 게 값인 모양이다. 
동네 할매들은 추석 안에 고추밭 설거지하랴, 고춧가루 빵구랴 손 날 틈이 없다 하신다.
문제가 붙었다.


고창 땅콩은 맛이 매우 좋다.
고창 황토가 그 맛을 좌우하지 않나 싶다.
고창 대성농협은 대규모 땅콩 가공 시설을 가동하고 있으며 시중에서 유통되는 고창 땅콩은 대부분 여기서 가공되었다고 보면 틀림이 없다.
중국산과의 가격차이가 커서 비싸게 느껴지지만 그 맛은 가격차이를 상쇄하고도 남는다.
잡솨보시면 알 수 있다.

그런 고창 땅콩을 가장 맛있게 먹는 방법은 무엇일까?
입맛에 따라 다를 수 있겠으나 밭에서 갓 캔 땅콩을 그대로 솥에 쪄서 먹는 것만큼 맛있는 땅콩을 먹어본 적이 없다.
이는 나뿐만이 아니라 먹어본 사람 대부분이 인정하는 바이다.


밭에서 캔 땅콩을 따서 흙을 털어내고 잘 씻는다. 별로 어렵지 않게 누구나 할 수 있는 공정이다.


이제 솥에 넣고 팔팔 끓이면 된다.
물은 땅콩이 잠길락 말락 하게 붓는다.
소금을 한 숟가락 정도 넣어서 살짝 간을 하면 좋다.
어느 정도 삶아졌다 생각되면 하나 꺼내서 먹어본다.
씹히는 맛이 삶은 밤 정도면 적당하다.


삶아놓으니 때깔이 다소 변했다.


속껍질은 굳이 벗기지 않고 먹어도 그냥 먹는다.
구수한 밤맛이 난다. 또 무슨 맛이 날까?
좌우튼 맛있다.


한번 까먹기 시작하면 다 먹을 때까지 결코 멈출 수 없다.
겉껍질을 제거하지 않은 피땅콩을 물에 불려서 쪄먹기도 하지만 밭에서 막 캐서 쪄먹는 것과는 비교할 수 없다.
땅콩 농사를 짓는 사람만이 마음껏 누릴 수 있는 호사가 아닌가 싶다.
이 가을 주위에 땅콩 농사짓는 사람 있거든 일손 살짝 보태주고 그 맛 한번 보시라.
그 맛이 죽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