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월 하고도 칠석, 우리동네 할메들은 칠성날이라 부른다.
이름값 하느라 그랬을까? 하루 종일 비가 내렸다.
견우 직녀가 흘리는 눈물만은 아니었을 것이다.
새삼스레 무신 눈물이 얼마나 남았다고 폭포수같은 강한 비를 뿌렸겠는가? 
군데군데 논이 침수되고 논두렁이 물러났다.
날씨야 어쨌건 칠석날은 노는 날이다.
오월 단오, 유월 유두,칠월 칠석, 팔월이라 한가위..
 다 농사꾼들 쉬는 날 아니던가?
동네 사람 모다 나와 둘러 앉아 모정에서 하루 점드락 놀았다.  무려 8시간을 앉아 술만 마셨다. 
한 30분 성내 농민회장과 함께 한 좌담회를 제하면 나머지 7시간 반은 오롯이 술을 마셨다. 
어제 일이다.

간간이 내리던 비가 그치고 해가 구름 속을 들락날락하고 있다.
제법 선선하다.
삼복도 지나고.. 더위가 남았으면 얼마나 남았겠는가 하는 여유로움까지 생긴다. 
점심 챙겨먹을 시간이다.
라면을 끓여먹기로 한다.
내가 끓인 라면을 먹어본 사람들은 라면 하나는 삼삼하게 잘 끓인다고들 한다.
'환상' '예술'이라고 하는 사람도 종종 있다.

우선 냉장고를 뒤진다. 
혼기 놓친 큰애기마냥 냉장고 속에서 마냥 세월만 죽이는 각종 묵은지 보세기 서너개는 있다.
오늘은 갓지가 간택되었다.
너무 시어져 쉽사리 젓가락이 가질 않으니 자연히 식탁에 오르지 못하고 자리만 차지하고 있는 녀석을 국물조차 적당량 집어넣고 청양고추 서너개 썰어 넣는다. 
라면 스프까지 넣고 팔팔 끓인다.  
마늘 다진것이나 양파쪼가리 등을 넣으면 좋겠으나 보이지 않는다.
대신 고춧가루를 좀 넣었다.

청양고추

갓지



물이 팔팔 끓으면 라면을 넣는다.  칠칠 끓이지 말고 팔팔 끓이라 하였다.
이왕이면 다국적 라면 말고 순전히 우리 땅에서 난 우리 농산물만을 고집하는 좋은 라면을 먹어주자.
찾아보면 많이 있다.
라면을 끓이는 도중에 굴러다니는 북어를 발견하여 찢어넣었다.



이제 먹으면 된다.
기본맛은 매콤함이다. 보통 사람을 기준으로 말한다면 매우 맵다.
그런데 맵다고 포기하고 젓가락 던지는 사람은 보지 못하였다.
맵다고 하면서도 끝까지 먹는다.
아마도 쫄깃한 면발에 시원한 국물맛을 쉽사리 져버리지 못하기 때문일 것이다.
국물과 함께 집어넣는 묵은지는 거의 틀림없이 시원한 국물맛을 내준다. 
배신하는 법이 없다.
이따금 씹히는 북어조각도 맛을 더해준다.
면발 쫄깃하게 하는 것은 끓이는 동안 젓가락으로 들었다 놨다 하면 된다고 해서 그렇게 하고 있다.
요는 제때 소비되지 못하고 쳐박혀 있거나 이리저리 굴러다니는 재료를 적절히 잘 활용하는데 있다.



기왕에 먹는 라면 개완하게 먹어버리자.


이롷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