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보던 중에 정말 귀엽고 깜찍한 녀석들을 본다.
쾌걸 조로가 두르고 다니는 두건을 둘러쓴 듯도 하고 쓰리랑 부부의 순악질 여사가 떠오르기도 하는 순진한 표정의 녀석들을 보고 있노라면 웃음이 절로 난다.
20~30여 마리쯤 되는 무리가 갈대숲 사이를 부지런히 헤집고 있다.
주위에는 뱁새, 검은머리쑥새 등이 또 다른 무리를 이루어 재잘거리며 섞였다 흩어졌다를 반복하고 있다.

아자씨 나 첨 봐요?

어쩌다 저런 얼굴 무늬를 지니게 되었을까?
참으로 묘한 녀석들이다.
이름은 또 어떤가? 스윈호.. 스윈호..
야들 고향땅 어디에 있는 갈대 무성한 호수 이름이 아닐까 하는 생각으로 검색해보니 예기치 않은 결과가 튀어나온다.
스윈호라는 사람이 처음 발견하여 이름을 붙였는 바 그 이름은 'Chinese Penduline Tit'이다. 
맨 앞의 Chinese는 새를 발견한 나라를 붙인 것이니 서식지를 이름에 붙인 것이겠고,  Penduline은 매달린 둥지를 짓는다는 의미로 물 위로 늘어진 버드나무 끝에 대롱대롱 매달린 둥지를 짓는 이 새의 습성을 이름에 넣은 것이며, Tit은 박새과의 새라는 의미이다.
그런데 우리는 명명한 사람의 이름을 붙여서 스윈호오목눈이라 부르고 있는 것이다.
참으로 간편하긴 하지만 이 새의 특성과 습성을 전혀 알아차릴 수 없는 매우 무성의한 작명이 아닐 수 없다.
번식은 중국에서 하고 우리나라에서는 겨울만 나는 새이니 생김새에 초점을 맞춰 이름을 지었어야 할 일이다.
이를테면 일자 눈썹..

앞쪽의 눈썹선 연한 녀석이 암컷. 내외간일까? 바라보는 시선에 정이 담뿍 묻어 있다.
 
아자씨 나는거 한번 볼텨? 이얍!
아자씨 깍꿍~!

사진에 담긴 모습은 멀리서만 놀던 녀석들을 기다리다 기다리다 지쳐 동료들 소리를 틀어놓으니 한두 마리씩 가까이 다가와 두리번거리는 모습들이다.
별반 소리도 내지 않던 녀석들이 동료들 울음소리에는 어찌나 반갑게 반응하던지 새소리 파일을 가지고 다니던 중 처음으로 그 덕을 톡톡히 보았다.
소리만 나지 동료들 모습이 보이지 않아 이상했던지 두리번거리는 모습이 귀엽기 짝이 없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동료들 한 무리 곁에 있는 것으로 간주하고 지들끼리 먹이 활동에 빠져든다.
갈대 줄기 껍질 속 숨은 벌레를 먹이로 삼는 듯하다.

 
 
 

도감에는 [중국 북동부와 중부, 아무르강 유역에서 번식하고, 겨울에는 중국 양쯔강 중. 하류, 홍콩, 일본 남부, 한국에서 월동한다. 국내는 드물게 찾아오는 겨울 철새이며 나그네새이다. 갈대와 작은 나무가 자라는 물가를 선호하며 작은 무리를 이루어 이동한다. 하천 및 하구의 갈대 줄기에 수직으로 달라붙어 곤충의 유충 또는 씨앗을 먹는다]라고 기술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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