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초 해남 모처에 알락해오라기가 월동중이니 틈나는 대로 가보라는 지인의 연락을 받고 녀석을 찾아나섰다.
갈대밭 속에 숨어 있을 것이며, 행동 반경이 매우 좁으니 가면 반드시 볼 수 있을 것이라 하였다. 
해당 장소에 도착하니 강이라 하기에는 좁은 수로 양안에 갈대밭이 무성하고 바로 인근에서는 낚시꾼들의 정담이 쉴 새 없이 흘러나온다. 
망원경을 들고 아무리 훑어봐도 없다. 
훑고 다시 훑고..
꽝이로구나 포기하려는 찰라 녀석의 모습이 보인다. 
바로 정면 여러차례 망원경으로 훑은 그 자리에 녀석은 태연히 숨어 있다.  


숨어 있다기보다 그냥 그러고 있는 것이라고 보는게 맞겠다.
그 보호색이라니.. 계속 보고 있어도 순간적으로 보였다 안보였다 한다.
갈대보다 더 갈대같다는 어느 동물학자의 말에 십분 공감한다.
얼마를 이러고 있었을까?
딸싹도 않던 녀석 차 안에서 기다리던 각시가 나와 기척을 하니 비로소 움직이기 시작한다.


녀석의 움직임은 마지 못해 억지로 하는 것처럼 보이며 느릿한 행동은 흡사 나무늘보를 연상시킨다.


이 자세가 녀석의 전형적인 자세인 듯 하다.
이 자세에 돌입하면 도통 움직이지 않는다.
녀석은 번식기를 제외하고는 어떤 종류의 새와도 함께 지내지 않으며 언제나 혼자 생활한다고 한다.
이러던 녀석도 밤이 오면 몰라보게 달라져서 활기차고 분주하게 움직이며 독특한 울음소리를 내며 열심히 날아다닌다고 하는데 미리 알았더라면 어두워질 때까지 기다려볼 걸 그랬다.
지금쯤이면 월동을 마치고 번식지로 돌아갔을까?
한번 본 새는 눈에 잘 띈다고 하니 내년에는 줄포 갈대밭에서 찾아봐야겠다.
그 곳에도 늘 온다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