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발 대지진이 인류를 충격과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넣고 있다.
특히 핵발전소에서 발생한 폭발과 방사능 유출, 추가폭발 가능성 등의 소식은 등골을 오싹하게 한다.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태는 대자연의 무자비한 힘을 경시한 일본 핵산업계의 오만과 독선의 결과로 초대형 자연재해에 뒤따르는 초대형 인재라는 특성을 지니고 있다. 
일본 소식을 접하며 걱정이 늘어지다 보니 고창이 핵폐기장 문제로 들끓던 시절이 떠오른다.  
당시 고창 농민회원들은 가슴 속에 원자로 속 핵연료보다 더 뜨끈한 불덩이를 가슴에 안고 온몸을 바쳐 핵폐기장 저지 투쟁에 나서야 했다.
총 3년여에 걸친 싸움 끝에 비로소 핵폐기장의 망령을 고창 땅에서 몰아낼 수 있었으나 이 땅 어디에도 들어서게 해서는 안된다고 절규하던 핵폐기장은 결국 경상북도 경주의 어느 한적한 바닷가 마을에 자리를 잡고 최근 완공되었다.
아래는 14일자 고창 지역신문에 기고한 글이다.


그 어떤 지진에도 끄떡없다더니.. 

핵폐기장 유치 여부를 놓고 고창 사람들과 정부가 치열한 싸움을 벌이던 2003, 핵폐기장 반대 대책위의 일원으로 일본을 다녀온 적이 있다.
아오모리현 로까쇼무라에 위치한 일본 핵폐기물 저장 시설을 현지답사하고 이 시설에 맞서 오랫동안 싸우고 있던 반핵 활동가와 지역 주민들을 직접 만나기 위함이었다.
당시 로까쇼무라 핵폐기 시설은 핵폐기장 건립을 위해 갖은 술수로 주민들을 현혹시키던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이 현지 주민들이 핵 시설을 받아들인 댓가로 얼마나 풍요로우면서도 안전하게 살아가고 있는가를 집중 홍보하던 곳이었다. 우리는 그 실상이 알고 싶었다.
세월이 흘러 많은 일들이 기억에서 사라지거나 희미해졌지만 또렷이 남아 있는 기억 한토막이 있으니 로까쇼무라 핵폐기 시설을 안내하고 설명하던 당국자와의 대화이다.
우리 시설은 그 어떤 지진에도 견딜 수 있게 설계되었다해서 물었다. “당신이 말한 그것보다 더 강력한 지진이 일어나면 어찌 되는가?” 돌아온 답은 그런 지진은 없다는 것이었다. 당시 우리가 나눴던 지진의 강도는 7.5에서 8.0으로 이번 대지진의 강도에 훨씬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었다.
로까쇼무라 핵폐기 시설은 일본 전역의 핵발전소에서 나오는 중저준위 핵폐기물과 고준위로 분류되는 사용후 핵연료를 저장하고 있으며 사용후 핵연료를 재처리하여 다시 핵연료로 사용하기 위한 시설까지를 포함하고 있다. 재처리 시설은 잦은 사고와 기술상의 결함으로 아직까지 가동되지 않고 있다고 한다.
이런 시설이 자연재해에 노출된다면 어찌 될까? 로까쇼무라가 위치한 아오모리현은 이번 일본 대지진의 진앙지와 매우 가까워 10미터가 넘는 쓰나미가 강타한 곳이다. 다행히 아직까지 이 곳에서의 지진 피해 상황은 전해지지 않고 있다. 제발 아무 일이 없기를 바라마지 않는다.
필자가 로까쇼무라 핵폐기장을 염려하고 있는 사이 다른 곳에서 대형 사고가 발생하였다.
후쿠시마 원전에서 폭발이 일어나고 방사능이 누출되어 100여명이 피폭되었다는 소식이다. 이 사고의 원인이 무엇이며 앞으로 어떤 일이 일어날 것인지에 대하여 국제 사회가 예의 주시하고 있다. 체르노빌에서와 같은 대형 참사를 결코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번 사태가 주는 교훈은 무엇인가? 그 어떤 지진에도 끄떡 없다던 일본의 핵 산업계는 이번 일로 크나큰 타격을 입을 것이 분명하다. 무엇보다 무고한 피폭 희생자들을 어찌할 것인가? 대자연의 강력하면서도 무자비한 힘을 경시한 댓가이다.
우리는 어떠한가? 당연하게도 우리나라 핵발전소의 안전성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6기나 되는 핵발전소를 겨드랑이에 끼고 살아가야 하는 고창 사람들은 특히 민감할 수밖에 없다.
관련 기관의 입장은 원전 바로 밑에서 6.5 정도의 강진이 발생한다 해도 문제 없다. 그 이상의 강진이 발생하면 문제가 있겠으나 한반도에서 그런 강진이 발생할 가능성은 매우 낮기 때문에 문제없다로 요약된다. 믿어도 될까? 진도 8을 넘는 지진을 있을 수 없다고 호언장담하던 그 일본인과 일본의 핵 산업계는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핵 산업계의 고질적 문제는 언제나 사태를 축소, 은폐하며 자신의 능력은 최대치로 과대포장하는 데 있다.
일본의 재앙을 거울삼아 핵 발전에 의존하는 전력산업에 대한 근본적인 성찰과 면밀한 진단이 필요한 시점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우리 스스로 경각심을 높여야 한다.


아래는 3월 21일자 한국농정신문에 기고한 글이다.
크게 다르지 않은 글을 다른 신문에 연속해서 쓰자니 쑥스러웠지만 사고 발생 초기 가졌던 생각, 사태 발전에 대한 예상들이 그대로 맞아들어가는 상황이 한편으로 당혹스럽기조차 하였다. 
일본의 핵 재앙 앞에 선 지금 전문가들이라 하는 소수의 엘리트들만이 현실을 부인하고 허공에 대고 뻘소리를 지껄여대고 있을 뿐 대다수의 상식있는 대중들은 우려가 사실로 입증되어지고 있는 현실에 분노하며 우리나라 핵 전력산업에 대한 근본적인 우려와 문제의식을 제기하고 있다.


안전한 에너지 핵, 신화는 붕괴됐다

지진에 호언장담하던 일본
한국도 이제 안전지대 아냐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태는 대지진에 의한 재앙을 압도하며 전 인류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체르노빌과 드리마일의 대규모 핵 사고에도 불구하고 구축해온 깨끗하고 안전한 에너지라는 핵발전 신화가 처참하게 붕괴하고 있는 것이다.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태는 그간 반핵 운동가들이 경고해온 바 핵 발전이 초래할 수 있는 갖가지 사고와 재앙의 유형을 종합적으로 보여주고 있기에 공포와 경악을 불러일으키고 있으며, 무자비한 대자연의 힘을 경시한 인간의 오만함과 자본의 탐욕이 부른 인재이기에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세월을 거슬러 고창 땅에서 핵폐기장 반대 투쟁이 치열하게 벌어지던 2003년, 핵폐기장 반대 대책위의 일원으로 일본의 핵 시설을 현지답사하고 이 시설에 맞서 오랫동안 싸우고 있던 반핵 활동가와 지역 주민들을 직접 만난 적이 있다.
당시의 많은 일들이 기억에서 사라지거나 희미해졌지만 또렷이 남아 있는 기억 한토막이 있으니, 로까쇼무라 핵폐기물 처리장을 안내하고 설명하던 당국자와의 대화이다.

당국자 말하기를 “우리 시설은 그 어떤 지진에도 견딜 수 있게 설계되었다” 해서 물었다. “당신이 말한 그것보다 더 강력한 지진이 일어나면 어찌 되는가?”, 돌아온 답은 “그런 지진은 없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감히 상상조차 해보지 않았던 대지진이 현실에서 일어났고 지진에 뒤이은 핵 참사에 일본뿐만이 아니라 전 세계가 숨을 죽이는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이번 사태가 주는 교훈은 무엇인가? 그 어떤 지진에도, 그 어떤 자연재해에도 끄떡없을 것이라는 인간과 자본의 오만함에 대한 대자연의 무자비한 경고가 아니겠는가? 축소, 은폐를 기본으로 하는 동경전력이라는 거대 핵 자본의 탐욕스런 운영실태가 속속 드러나고 있다. 영문도 모른 채 무고하게 희생될 숱한 인명을 어찌할 것인가.

이 시각 우리는 어떠한가? 좁은 땅덩어리 과밀한 인구밀도 속에서 21기나 되는 핵발전소를 지척에 두고 살아가야 하는 우리들에게 있어 핵 사고는 곧 재앙으로 이어질 것이기에 초미의 관심사가 아닐 수 없다.
정부의 입장은 “원전 바로 밑에서 6.5 정도의 강진이 발생한다 해도 문제없다. 그 이상의 강진이 발생하면 문제가 있겠으나, 한반도에서 그런 강진이 발생할 가능성은 매우 낮기 때문에 문제없다”로 요약된다.

심지어 “우리나라 원전의 안전성은 백만년에 한번 사고가 날까말까 하는 수준”(정책공감 - 소통하는 정부 대표 블로그)이라는 터무니없는 자신감까지 공공연히 드러내고 있다. 믿어도 될까? 믿고 싶다. 그러나 보라.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도 출발에 있어서는 전기공급 중단이라는 사소한 문제로부터 출발하였고 그 원인은 지진의 직접 피해가 아닌 쓰나미라는 2차 재해에 의해 예기치 않게 초래되었다.
이후의 걷잡을 수 없는 사태 발전 양상은 어떠한 자연재해에도 끄떡없다는 자신감이 얼마나 허망한 것인지, 핵을 안전하게 통제, 관리할 수 있다는 생각이 얼마나 헛된 망상에 불과한 것인지를 웅변하고 있다.

일본의 핵 재앙을 목도하고 있는 지금 1980년대 이전에 건설된 핵발전소를 즉각 폐기하기로 결정한 독일 정부, 신규 핵발전소 건설을 유보한 중국 정부 등 세계 각국이 핵 발전 정책에 대한 심각한 재검토에 돌입하였다.
이러한 때 “우리는 다르다. 아무 문제없다” 하고 불안해하는 국민들에 대해 “인터넷 유언비어를 막아야 한다”며 수사케 하는 이명박 대통령과 정부의 막무가내식 자신감과 으름장을 어찌할 것인가?

핵 산업계의 고질적 병폐는 언제나 사태를 축소, 은폐하며 자신의 능력은 최대치로 과대포장하며, 막대한 금력과 자본의 힘을 앞세워 정치권과 언론을 앞잡이 삼아 국민의 눈을 가리고 입을 막으려 하는데 있다.
일본의 재앙을 거울삼아 핵 발전에 의존하는 전력산업에 대한 근본적인 성찰과 면밀한 진단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