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 이른 봄 따뜻한 양지에 무리지어 핀 변산바람꽃. 미나리아재비과 여러해살이풀. 키 10cm가량. 꽃받침잎 5~7장, 꽃잎 4~11장. 꽃잎으로 보이는 것은 사실 꽃받침잎이며 꽃받침잎 안쪽의 노란색, 혹은 녹색을 띤 작은 깔대기 모양의 꽃잎이 있다.

봄의 전령이라 칭하였던 복수초보다도 더 빠르게 봄소식을 알리는 들꽃이 있으니 변산바람꽃이다. 꽃을 활짝 피우고 며칠이면 바람처럼 스러져버린다 하여 이름붙은 바람꽃은 꽃모양 등의 특성에 따라 홀아비, 쌍둥이, 회리, 남방 등 각기 독특한 이름들을 가지고 있다.

변산바람꽃은 처음으로 학계에 보고되어 가치를 인정받은 것이 변산반도에서 채집된 것이었기에 얻은 이름이다. 언뜻 변산반도에만 자생하는 것으로 생각되기 쉬우나 그렇지 않다. 꽃이 극히 귀한 시기에 바람꽃 종류 가장 먼저 꽃을 피우는 탓에, 남보다 먼저 꽃을 보기 위한 애호가들의 발길에 꽃대를 피워올리지도 못하고 뭉개져버리는 불운을 겪기도 한다. 변산반도의 이름난 자생지가 특히 그러하였다.

② 갓 핀 변산바람꽃. 발그레 달아오른 새아씨 볼테기를 닮았다.

꽃을 찾는 눈 밝은 사람들이 많아진 지금, 제주도에서 설악산에 이르기까지 전국 각지에서 자생지가 속속 발견되어 ‘변산’이라는 그 이름이 무색할 지경이 되었다. 전국 각지에 자생하고 있지만 우리나라에만 있는 한국 특산종이다.

인근 내장산은 물론 고창 땅 선운산에도 대규모 군락지가 있는 바, 고창의 자생지는 후미지고 다소 높은 곳에 있어서인지 다른 곳에 비해 개화시기가 다소 늦다. 기실 선운산 자생지는 식물학계에 일찍이 보고된 듯하다. 선운산에서 변산바람꽃을 채집한 적이 있다는 노 식물학자의 말을 듣고 지적해준 장소를 한 이태 뒤져보았으나 찾지 못하였다. 녹차밭이 되거나 꽃무릇이 대규모로 심어지면서 자생지가 파괴된 것이다. 
이후에 새로 발견한 자생지는 노 식물학자가 말한 곳과는 엉뚱하게 동떨어진 곳으로 등산객의 발길이 닿기 힘든 그 옛날 산사람들의 비트(비밀 아지트, 편집자 주)가 산재해 있는 꽤나 비밀스런 곳이다.

이쯤에서 선운산 입구에서 도솔암에 이르는 등산로 주변에, 대규모로 식재되어 숲의 하층식생을 점령해가고 있는 꽃무릇에 대해 문제제기를 하지 않을 수 없겠다. 이른 가을 온 숲바닥을 빨갛게 물들이는 꽃무릇이 선운산 상사화라는 이름으로 관광객을 불러들이고 있지만 이는 본래부터 숲에 토착하여 살아온 다양한 자생식물의 식생을 파괴하는 희생을 담보로 하고 있다.

꽃무릇으로 일색화되어가는 것이 전체 숲의 생태계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에 대한 면밀한 조사와 연구가 필요하다. 더욱이 꽃무릇은 아직까지 국내의 자생지가 확인되지 않아 주로 사찰을 통해 중국에서 도입된 외래종으로 인정되고 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