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배뜸부기(두루미목 뜸부기과) 암컷으로 추정해본다.

산란기는 5~7월, 북한에서는 흰배물닭이라 부른다.
암수를 구분하는 특징은 명시된 바가 없어 사진에 보이는 뺨의 검은 반점이 암수를 구분짓는 특징이 될 수 있는지는 분명치 않다.

소리 높이 짝을 부르던 녀석. 이를 근거로 수컷이라 짐작하였다.

저수지 가상 습지 주변에 있는 우리 논에 흰배뜸부기가 다시 찾아왔다.
흰배뜸부기는 중국 남부, 동남아 등 아열대 지방에 서식하고 있으며 우리나라에서는 매우 드문 나그네새로 남원과 수원에서 번식한 기록이 있다.
내가 이 새를 처음 본 것은 4년 전인 2007년의 일이다.
무더운 여름 논에서 일하고 있는 나의 귀에 낯선 새의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얼핏 뜸부기 소리처럼 들렸으나 음정이 높고 박자가 빨라 다른 녀석임이 분명하였다.
그 소리는 한 달 가까이 지속되었으나 날아가는 뒷모습 정도만을 사진에 담을 수 있었다.
당시만 해도 새에 대한 관심이 지금처럼 크지 않았던 탓이다.
그 후로 매년 여름이 오면 귀를 쫑긋거려보지만 녀석의 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그러던 차 바로 그 자리, 그 곳으로 다시 찾아온 것이다. 4년만의 일이다.
우리나라가 주 서식지가 아닌지라 귀환이라 하기에는 적절하지 않겠지만 4년 전에도 번식에 성공했었다고 하면 귀환이라 해 두어도 무방할 듯하다.
흰배뜸부기는 은신성이 뛰어나고 한번 숨으면 좀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지라 관찰하기가 매우 까다롭다.
바로 5~6미터 앞에서 울어대지만 모습은 보이지 않고 섣불리 접근했다간 소리조차 내지 않으니 꽤나 뛰어난 인내심을 발휘해야만 한다.
몇 차례 실패를 거듭한 어느 날 아침 여느 때와는 다른 위치에서 녀석들의 울음소리가 들려온다.
차가 접근할 수 있는 곳이다. 트럭 속에 앉아 한참을 들여다보니 수풀 속에 숨은 녀석이 얼핏 설핏 보였다 안보였다 한다.
줄기차게 울어대는 것이 수컷인 듯하다. 얼마나 지났을까? 다른 녀석이 날아와 근처 나무 위에 앉는다. 아마도 암컷일 터, 녀석은 잠시 나무 위에 머무르다 수컷의 소리를 따라 수풀 속으로 들어간다. 고양이 앙탈부리는 소리, 개구리 싸우는듯한 소리가 잠시 지속된다.
번식을 위한 교미가 진행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이 녀석들 여기에서 번식할 모양이다.
흰배뜸부기가 우리나라에 출몰하는 횟수가 늘고 번식까지 하게 되는 것은 아열대성 기후로 변해가는 우리나라의 기후를 반영하는 징표일 것이다.
어찌되었건 무사히 번식을 마치고 돌아가길 바라는 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