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부세 위헌 후폭풍..중앙-지방, 빈부 양극화 심화 현실화

정인미 기자 / naiad--@hanmail.net

헌법재판소가 13일 종부세 부부합산.1주택 장기보유자 부과에 대해 위헌판결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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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부동산세 완화 방침에 이어 헌법재판소의 종부세 일부 위헌 결정으로 부동산교부세가 대폭 삭감될 것으로 예상되자 내년도 예산을 구상하고 있는 각 지자체들이 예산을 짜 맞추지 못해 비상이 걸렸다. 이로 인해 취약계층에 대한 복지예산이 삭감될 것으로 예상돼 사회양극화 심화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정부는 국세인 종부세를 징수해 매년 말 각 시.군에 재산세 감소분, 시.도에 부동산 거래세 감소분을 보전해 주고 나머지는 균형발전 재원으로 사용하는 부동산교부세로 전국 지자체에 배분해왔다. 그러나 한 세대의 주택이나 토지를 모두 합산해 종부세를 매기는 것은 위헌이라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따라 세수가 크게 감소하게 된다.

기획재정부는 애초 올해 종부세 세수가 3조원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위헌결정 이후 기획재정부는 1조1300억원의 세수 부족분이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고 14일 밝혔다. 당장 올해 종부세가 5000억원 가량 덜 걷히고 2006∼2007년 납부받았던 종부세에 대한 환급금은 각각 2100억원과 4200억원에 이른다.

이러한 세수 감소는 곧 2005년 이후 ‘부동산 교부세’ 명목으로 지자체에 내려 보내온 보조금 삭감으로 이어지게 된다. 전국 69개 자치구에 지원되는 부동산 교부세는 내년 자치구당 평균 84억원 줄고 2010년 이후엔 평균 131억원가량 감소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올해 종부세 5000억원 감소...지자체 '비상'

실제로 내년부터 경기도 시.군의 종부세를 재원으로 한 부동산교부세가 지난해에 비해 60%(1천여억원) 감소될 것으로 전망된다. 17일 경기도에 따르면 재산세 감소분 보전 명목으로 28억원, 부동산교부세로 전국 종부세 징수액의 6%에 해당하는 1천600억원을 받았다. 그러나 올해는 지난해보다 350억원 가량 감소한 1천200여억원에 머물 것으로 예상되고, 종부세 제도가 손질이 예상되는 내년에는 600여억원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종부세 위헌 결정 규탄
  • 참여연대와 한국진보연대, 토지정의등 시민사회단체 회원 20여명은 13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날 결정된 헌법재판소의 판결에 대해 규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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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역시 내년도 부동산교부세가 500억여원 감소할 것으로 보고 정부차원의 대책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강원도에 따르면 2005년 종부세가 개정되면서 배분받은 부동산교부세는 2006년 319억원을 비롯해 2007년 755억원, 2008년 4월 현재 880억원이지만 내년에는 세액이 50% 감소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자체수입대비 부동산교부세 비율이 25.8%로 전국 8.1%를 크게 웃돌고 있는 부산도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지난해 부산지역 기초지자체의 부동산교부세액은 1천2백억원이었으나 내년에는 절반이상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 경남도의 경우도 내년 종부세 감소액이 798억원, 2010년 2천3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광주·전남지역 지자체에 지원된 지난해 부동산교부세는 각각 687억 원, 2241억원이지만 세입규모가 크게 줄어들 것으로 보이며, 지난해 766억원의 부동산교부세를 지원받은 대전과 2천39억원의 부동산교부세를 받아 온 충남도 역시 내년 부동산세 감소로 인해 현안사업 추진에 차질을 빚게 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제주도 역시 상황이 좋지 않다. 지난 2006년 특별자치제 실시 이후 제주도는 특례규정에 따라 정부의 종합부동산세 수입의 1.8%를 부동산교부금으로 받아왔지만 최근 헌재의 결정으로 부동산교부세 수입도 90억원이나 줄어들 것으로 분석됐다.

'부동산 교부세'감소...복지예산 축소로 '취약계층'만 피해

종부세 위헌 결정 규탄
  • 참여연대와 한국진보연대, 토지정의등 시민사회단체 회원 20여명은 13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날 결정된 헌법재판소의 판결에 대해 규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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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교부세'는 대개 사회복지와 지역교육 등에 사용된 만큼 중앙정부의 지원금액이 줄어들 경우 일선 시·군의 의료 등 사회복지정책에 큰 타격이 우려된다. 특히 재정이 열악한 농촌 및 산간지역 자치단체의 경우 한해 수십억원에 달하는 부동산 교부세를 지원받지 못하면, 당장 의료 및 복지, 교육사업 추진에 적지 않은 차질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민주노동당 경기도당 이정민 의정지원단장은 "교부세의 대부분은 취약계층을 위한 교육, 보육 예산으로 쓰이고 있다"고 설명하면서 "경기도는 상대적으로 시 예산이 많은 편이지만 교부세가 줄어들면 당장 열악한 환경에 놓여있는 지방들은 타격이 클 것"이라고 우려를 나타냈다.

이 단장은 이어 "이명박 정부가 경기부양에 투입하는 예산은 늘리기 위해 사회복지 예산을 갈수록 축소하고 있다"고 비판하면서 "종부세까지 없어지면 취약계층을 위한 재정 충원 방법이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 기사입력: 2008-11-17 16:49:42
  • 최종편집: 2008-11-17 19:05: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