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지간히 물이 높지 않아서는 사리때에도 잠기지 않는 심원 바닷가 갯등에 물때를 맞춰 들어갔다. 

음력 8월 열이렛날, 처음 이 갯등의 존재를 알게 되고 2년만의 일이다. 

바닷물이 들어오면서 갯등으로 들어오는 길이 닫히고 갯등은 섬이 되었다. 

드넓은 갯벌에 산개하여 먹이를 찾던 도요새들이 갯등으로 몰려든다. 

민물도요, 좀도요, 흰물떼새, 왕눈물떼새 등이 섞인 듯 만 듯 군무를 펼치기도 하고 갯등 곳곳에 무리를 지어 내려앉는다.

좀도요 무리 속에 혹 섞여 있을지 모를 낣적부리도요를 찾는다. 

특별히 큰 기대를 하지 않는 늘상 하는 요식행위에 불과하였다. 



문득 넓적부리도요를 본 듯 하다. 

LCD 창으로 확인해보니 녀석이 맞다. 

아뿔싸..  다시 찾으려 하나 종적이 묘연하다. 아직 날지는 않았으니 분명 그 근방에 있을 터인데 수많은 좀도요 사이에서 찾기가 쉽지 않다. 



한참을 더듬어 다시 찾았다. 처음 만난 곳에서 살짝 이동했을 뿐인데 한참을 더듬었다.





좀도요 녀석들이 몸을 가리고 있다. 

불과 20~30여초, 일순간 좀도요 무리가 바람을 일으키며 자리를 뜨니 녀석도 그 무리 속에 묻어 날아가버렸다. 

다시 물이 빠지기 시작하고 됴요떼들이 자리를 뜰때까지 열심히 더듬어보았으나 다시 만나지 못하였다. 

짧디 짧은 순간의 만남이었지만 녀석은 내 사진기 메모리 속에, 내 머리 속에 깊이 각인되었다. 




집에 와서 사진기를 샅샅히 뒤져보니 내가 녀석의 존재를 인식하기 전에 녀석은 이미 사진 속에 들어와 있었다. 

민물도요들 틈에 섞여 있는 단 한장의 사진 속에..


현재 불과 100여쌍, 200여개체만이 생존해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넓적부리도요(spoon-billed sandpiper)는 국제자연보존연맹(IUCN)의 ‘적색목록’에서 가장 등급이 높은 ‘위급’ 종으로 분류되어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멸종위기야생동식물 1급으로 지정되어 있으나 이 녀석들이 절멸 위기에 처한 가장 직접적인 원인은 새만금 간척사업 등 우리나라 서해 갯벌의 대규모적인 훼손에 따른 것이다.

수천, 수만키로미터에 달하는 장거리 이동을 하는 도요새들에게 주요 중간기착지인 서해 갯벌이 훼손되고 사라지는 것은 생존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는 것이다. 

이대로라면 향후 8년 정도면 절멸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고창갯벌은 안전할까? 언제까지나..

녀석을 다시 만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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