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선 사람들과 인연을 튼지 불과 수개월, 멧돼지사냥에 동강할미꽃에 갖가지 핑계를 대고 참 많이도 들락거렸다. 

저게 밭이 맞나 싶을 정도로 가파른 경사지의 돌밭만이 즐비할 뿐 아직까지 논을 보지 못하였다. 

사람들을 만나보면 산골사람 특유의 솔직담백함이 두드러진다. 

그런 사람들이 만들고 먹는 음식 맛은 어떨까?

콧등치기에 곤드레밥에 늘상 밤새 술을 푸고 속풀이로 먹어온 터라 맛에 대해 뭐라 표현하기가 어렵다. 

다만 함께 먹는 사람들의 "아~ 좋다!" 감탄사와 이마와 콧등의 땀을 훔쳐가며 맛나게 먹었던 기억만이 선명하다.  

이번이라고 다르진 않다. 밤새 마신 술이 강력한 속풀이를 요구한다. 

정선사람 늘 가는 식당에 전화하더니 "해줄 수 있느냐?"며 뭔가 특별한 음식을 주문하는 듯 하다. 

정선사람 덕에 메뉴판에는 정식으로 등록돼 있지 않은 새로운 음식, '메밀국죽'을 맛본다. 



메밀국죽, 왜 국도 아니고 죽도 아닌 국죽이라 했을까?

먹어보니 알만하다. 국과 죽의 경계를 오묘하게 넘나든다. 

구수한 된장에 알큰한 국물 맛이 삼삼하면서도 메밀쌀이 푸짐하게 들어앉은 모양새는 영락없는 죽이다. 

옆에 놓인 곤드레 막걸리만 아니었으면 술로 어지럽혀진 속을 잘 달레주었을 것이다. 

막걸리 서너잔 곁들인 덕에 하루종일 몽롱한 상태에서 아주 죽을 뻔 했다. 



푹 퍼지지 않은 메밀쌀의 톡톡 튀는 듯한 씹는 맛이 매우 좋다. 

가루로만 먹는 줄 알았던 메밀음식의 새로운 경지를 본다. 

 두부, 파, 고추 등 밭에것이 주로 보이나 먹다 보니 멸치, 북어살 등 바닷것이 심심찮게 보인다. 

메밀쌀만 준비되면 집에서도 쉽게 흉내내서 먹을 수 있겠다. 

메밀쌀 사다 주고 전라도 사람 된장국 끓이는 솜씨로 한번 끓여달라 해야겠다. 



이건 뭐, 덤.. ㅎㅎ



마침 정선읍내 오일장이 서는 날이다. 외지인이 더 많아보이는 장바닥에 활기가 넘친다. 

곤드레너물이랑 메밀쌀 좀 사올거인데 술정신에 챙기지 못앴다. 



정선 산고라당까지 어찌 왔을가 싶었는데 생각해보니 고개만 넘어가면 동해, 삼척이 지척이다. 

어찌보니 문어의 면모가 우리보다 앞선 외계문명의 지식인처럼 보인다. 

아직 술이 덜 깼으까? ㅎㅎ



2013/04/25 - [사는 이야기/먹을거리] - 아리아리 정선 꼬들꼬들 곤드레밥


2013/03/02 - [사는 이야기/먹을거리] - 콧등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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