옻순 먹을 때가 되었다. 
변덕스런 날씨, 맵찬 꽃샘추위가 영향을 미친 듯 작년에 비하면 1주일가량 늦었다. 
고창 기준이니 중부 지방, 강원도 산간까지 감안하면 향후 열흘 정도가 옻순을 먹을 수 있는 시기가 되지 않을까 싶다. 
2009년도 첫맛을 본 후 한해도 거르지 않고 옻순을 먹고 있는 바 해가 거듭될수록 옻에 대한 면역능력이 증강되고 있음을 느낀다. 
그러나 여전히 1주일가량은 이래저래 고생스럽기도 하다. 
하지만 그것을 상쇄하고도 남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으니 첫손가락으로 꼽자면 독특한 식감과 뛰어난 맛이다. 
식감을 표현하자면 '사각사각', 맛을 표현하자면 '달콤 살벌'이라 할 것이다.  
옻이 지닌 독성에 비하면 맛은 매우 순하고 달다. 하지만 어지간한 사람은 옻 오를 것에 대한 긴장감을 늦출 수 없기에 그것 또한 색다른 식도락이 된다. 

누군가 이렇게 말했다. 
"부드럽고 무난한 맛. 부담 없이 들어가면서도 마구 먹기엔 살짝 긴장감을 주는 마누라 같은 맛"

 

 


혼자 먹는 밥이지만 냉장고를 뒤져 자반고등어 한 조각과 옻순을 주종목으로 한상 차렸다. 
막걸리가 빠질 수 없겠고 초장은 맛있어야 할 것이다. 
제육볶음이었으면 좋겠지만 자반고등어도 좋아 보인다. 


자반고등어 한점, 청양고추 한 조각, 현미밥으로 옻 쌈을 한다. 
탁배기 한잔 쭉 들이키고 먹는 옻 쌈이 일품이다. 
노동의 피로가 싹 가시는 듯..
데쳐먹어도 좋은데 귀찮다. 


한상 잘 묵어부렀다. 


정신없이 먹다 보니 손가락에 까만 옻물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