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곡습지에 갔다. 

운곡습지는 지금은 없어진 수길이네 동네 매산 뒷산 너머에 있다. 

운곡댐이 만들어지면서 사람들이 떠나고 사람 손길이 끊긴 땅, 

수십년 묵은 산다랭이 논이 습지로 변한 곳으로 람사르 습지로 등록되어 있다. 

수달도 있고 삵도 있다고 쓰여 있다. 

20여년 전쯤 고창 청년농사꾼들하고 나들이간 이후로 그다지 넘어가볼 일이 없던 지역이다. 




때는 바야흐로 장마통, 숲은 몹시 습하다. 

습지답게 숲 바닥 전면에 물이 졸졸 흐르거나 고여 있고 다양한 습지 식물로 덮혀 있다. 

데크에는 개미들이 득실거리고 각종 날것들이 웽웽거리며 진로를 방해한다. 

산을 쩌렁쩌렁 울리는 되지빠귀 노랫소리가 청아하다.

묘한 녀석이 와 있다 하였다. 소리만 실컷 들었다. 

제 스스로 걸어나오지 않는 한 도저히 관찰할 수 없는 조건이다. 

습지의 심장부격 되는 장소를 벗어나 운곡 저수지 쪽으로 나아가니 툭 터진 숲이 나온다. 

때까치 한마리 나무 꼭대기에서 울고 있다.




헉! 말로만 듣고 눈으로만 보던 칡때까지다. 

수컷이다. 간헐적으로 경계음을 내면서 꼬리깃을 부채살처럼 폈다 오무렸다 하고 있다. 

영역을 감시중인 모양이다. 

사람을 그리 경계하지 않는다. 




암컷이 나타났다. 수컷은 좀 더 높은 나무 꼭대기로 이동하였다. 

암컷은 소리를 내지 않고 있다. 수컷에 비해 암컷은 눈썹선이 약간 덜 두텁고 색도 살짝 연하다. 

그리고 옆구리에 갈색 비늘무늬가 있다. 수컷처럼 꼬리깃을 폈다 오무렸다 하는 동작도 하지 않는다. 

암수가 같이 있으나 새끼들은 눈에 띄지 않고, 암수 둘다 나돌아다니는걸 보면 아직 번식 전인 듯하다. 

과거에는 흔히 볼 수 있었다 하나 많은 사람들이 어청도나 외연도 등의 서해 낙도에서 이동 시기때 주로 사진에 담아오는 걸 보면 요사이는 꽤 귀해진 모양이다. 

그나 반갑다 칡때까치야.   

언제 시간 길게 잡고 다시 와서 자세히, 천천히 돌아봐야겠다. 



소리만 우렁찰 뿐 좀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되지빠귀가 사진기에 잡혔다. 

풀잎필터가 앞을 가린다. 



청띠신선나비

하! 고놈 이름 멋지네.. 



원추리 자태 곱고..



머루 덩굴인가? 팔을 길게 뻗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