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다.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가을이 왔다. 

불볕더위가 어제일 같은데 어느결에 이불 안덮고는 못자게 되었다. 

집에 내려와 들판을 한바퀴 돈다. 



묏등마다 예초기 소리 요란한데 길섶 풀밭에는 둥근잎유홍초가 피었다.

잡초와 어우러져 아무렇게나 피는 꽃, 둥근잎유홍초는 가을이 왔음을 알리는 전령과도 같은 녀석이다. 

이 녀석은 늦가을까지 진한 꽃대를 올린다. 



노랗게 물들어가는 들판에는 참새떼들이 신났다. 

섀끼들 쳐다만 봐도 배부르겄다. 

허수아비 하나 없는 들녘, 

농민들은 공갈포를 쏘아대지만 참새들은 아랑곳 않는다. 



바야흐로 가을.. 하늘은 높고 사람은 살찐다. 

벌초 하러 가야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