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12
호남정맥 추령봉(개운치~추령)
호남정맥 추령봉(개운치~추령)
2021.12.2612월 25일, 녹두장군 일행이 입암산성으로 스며들었다. 그들은 한양으로 잠입하고자 했으나 사흘 뒤 피노리에서 붙잡히는 몸이 되었다. 농민군 본대가 벌인 태인에서의 마지막 전투 이후 불과 닷새, 장군의 잠행은 너무도 짧았다. 펄펄 눈이 내린다. 날이 몹시 차다. 예기치 않았던 눈, 실컷 맞고 싶었다. 이리 갈까 저리 갈까 고민하다가.. 호남정맥 개운치, 고갯마루엔 찬바람만 쌩쌩 매섭게 불고 있었다. 눈발이 날리지 않는다. 미리 제목까지 달아놓고 달려왔는데.. 예상이 빗나갔다, 호남정맥엔 눈이 내리지 않았다. 방장산, 혹은 선운사로 갔어야 했다. 초입은 대숲, 대숲 사이로 난 길을 따라 산에 안긴다. 조릿대 숲을 지나 만난 오래된 전호의 흔적, 딱 있을 만한 자리마다 여지없이 나타나던.. 그날의 흔적. 지..
너는 나의 적이요, 나는 너의 적이라.
너는 나의 적이요, 나는 너의 적이라.
2021.12.23너는 나의 적이요, 나는 너의 적이라. 내 너희를 쳐 없애고 나라 일을 바로잡으려 하다가 도리어 너희 손에 잡혔으니 너는 나를 죽이는 것뿐이요, 다른 말을 묻지 말라.
지리산
지리산
2021.12.20지리산에 안기다. 실로 오랜만, 거진 열 달만이다. 오늘은 동행이 있다. 9시 30분, 백무동에서 두지동 방향으로 들어선다. 눈이 내리지 않아 아쉽다. 9시 50분, 옛 마을 터에 당도한다. 마을 이름이 기억이 안 나.. 한때 경남도당 인민유격대가 머물렀다 한다. 사람들은 떠나고 없어도 감나무엔 감이 주렁주렁.. 10시 40분, 창암 사거리 근처 망바위에 올라 천왕봉을 알현하다. 한 번도 가본 적 없는 칠선계곡을 경이롭게 바라보다. 거친 산길, 사면을 거슬러 칠선계곡으로 넘어간다. 12시 20분, 칠선계곡에 당도하다. 눈 덮인 이끼가 파릇파릇, 새순 돋는 보리밭 같다. 치마폭포 뒤로 눈 쌓인 천왕봉이 보인다. 추성동 감도는 칠선의 여울 속에 굽이굽이 서린 한이 깊이도 잠겼구나 ... 너는 알지 눈보라가 ..
1894년 그들, 그림 되어 돌아오다.
1894년 그들, 그림 되어 돌아오다.
2021.12.15그림으로 돌아온 1894년 그들, 황토현 동학농민혁명 기념관에서, 내년 4월까지,..
호남정맥 고당산(구절재~개운치)
호남정맥 고당산(구절재~개운치)
2021.12.13동트기 전 산에 올라 조망 좋은 봉우리에서 해를 맞이하고 다시 날이 어둑할 때까지 산을 탔더랬다. 그리 산을 타면 하루 산행거리가 30여 km를 넘나들었다. 불과 5~6년 전의 일이었는데 이제는 새벽에 길을 나서는 것조차 쉽지 않다. 언젠가 죽령에서 만나 소백산을 타 넘기로 약속한 적이 있었다. "어디만큼 오셨어요?" "워매, 나 아직 이불 속인데.." 어찌나 미안헸던지 지금도 잊히지 않는다. 오랜만에 새벽 산행을 해보자 맘먹고 잠이 들었으나 엎치락뒤치락 꼼지락거리다 보니 한낮이 되어간다. 구절재를 향해 길을 달린다. 칠보 소재지 허름한 뒷골목에서 보석 같은 식당을 발견했다. 언제고 칠보에 갈 일이 생긴다면 반드시 이 집에 다시 갈 것이다. 구절재에 당도하니 정오, 짐을 꾸려 출발한다. 오늘은 속도 위..
박홍규 판화전, 누가 하늘을 보았다 하는가.
박홍규 판화전, 누가 하늘을 보았다 하는가.
2021.12.0511월 16일, 홍규 형을 만났다. 아뿔싸 작업 중이었네, 홍규 형이 차려준 술상을 받고 무척이나 미안했다. 창작활동을 방해한 꼴이 되었으니.. 12월 4일, 나는 부여로 달렸다. 잠깐이지만 완성된 작품들을 볼 수 있었다. 전시를 위해 막 걸고 있는.. 여러모로 시간이 꼬여 종일 운전만 디지게 하고 다녔네. 누가 하늘을 보았다 하는가. 누가 구름 한 송이 없이 맑은 하늘을 보았다 하는가. 네가 본 건, 먹구름 그걸 하늘로 알고 일생을 살아갔다. 네가 본 건, 지붕 덮은 쇠 항아리, 그걸 하늘로 알고 일생을 살아갔다. 닦아라, 사람들아 네 마음속 구름 찢어라, 사람들아, 네 머리 덮은 쇠 항아리. 아침 저녁 네 마음속 구름을 닦고 티 없이 맑은 영원의 하늘 볼 수 있는 사람은 외경(畏敬)을 알리라 아침저녁..
콩나물국
콩나물국
2021.12.01나는 콩나물국을 좋아한다. 하여 이따금 콩나물을 사곤 한다. 허나 집에서 밥 먹는 일이 가물에 콩 나듯 하니 자칫 버리기 일쑤, 콩나물 사 둔 지 또다시 일주일. 콩나물국을 끓인다, 늦은 밤이었다. 콩나물 한 움큼, 소금 간 적당히, 뚜껑 닫고 팔팔.. 이때다 싶을 즈음 다진 마늘 적당량, 청양고추 서너 개, 부족한 간은 새우젓으로.. 시원하고 칼칼한 콩나물국, 이건 뭐 식은 죽 먹기다. 단지 콩나물국이 끓었을 뿐인데 술 생각이 잇따른다. 이럴 양이면 황태를 좀 넣을 걸.. 눈치 볼 사람, 망설일 이유 없다. 콩나물국 한 보새기, 술 한 잔 딱 한 잔. 속이 훈훈해진다. 이건 약이다. 겨울비는 나리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