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1
최상돈의 4.3순례, 애기동백꽃의 노래
최상돈의 4.3순례, 애기동백꽃의 노래
2023.01.27최상돈, 그를 처음 만난 것은 이덕구 산전에서였다. 가수라는데 영 그리 보이지 않았다. 영락없는 싸움꾼, 그것도 단도직입을 일삼는.. 하여 그에 대한 첫인상은, "쩌 냥반 진짜 가수 맞어?" 헌데 처음 만난 그 자리에서 청해 들었던 노래, 이덕구 사령관과 그의 동지들, 한라산 빨치산들이 이별하는 장면을 그렸다는 그 노래가.. "돌아서다가 돌아보았네~" "살아 만나자 약속하였네~" 하는 대목에 이르게 되면 생사의 고비를 함께 넘나들던 빨치산들의 그 이별 장면이 너무나 선명히 떠올라 절로 숙연해지곤 했던 것이다. 그 노래를 듣고 또 들어 골백 번쯤 들어 흥얼거릴 수 있게 되었을 때 나는 가수 최상돈에 대해 좀 더 알게 되었다. 더불어 '산오락회'도 알게 되었으니 이 노래로 하여 예기치 않은 새로운 인연들이 ..
잡솨보셨소? 새끼회라고..
잡솨보셨소? 새끼회라고..
2023.01.23여기서 새끼는 아기돼지를 말한다. 좀 더 명확히 하자면 아직 세상 밖으로 나오지 않은 어미돼지 태중에 든 새끼가 되겠다. 본래는 그랬다는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한다. 요즘은 생후 한 달이 안 된 갓 태어난 녀석들이 희생된다고도 하고.. 이래 죽으나 저래 죽으나 돼지의 운명인 게지, 슬퍼 말어라 아기돼지야. 일찍 죽어 빨리 환생하는 것이 나을 수도 있겠다. 매우 느린 만연체 소설 '화산도'를 읽으면서, 참으로 술 좋아하고 한 잔을 먹어도 맛나게 먹는 주인공 이방근과 함께 많이 마셨더랬다. 그이가 마시면 나도 마시고 그이가 취하면 나도 몽롱해지는 하나 됨의 경지를 맛보았던 것이다. 그 중에서도 유독 머릿속 깊이 각인된 술자리가 있었으니 '새끼회' 로 속 푸는 장면이 그렇다. 어떤 맛일까? 궁금..
전사의 길, 후회가 없다
전사의 길, 후회가 없다
2023.01.13태인 전투를 마지막으로 잠행에 들어간 전봉준 장군은 사흘 만인 12월 28일(양력) 피노리에서 피체되었다. 하루 앞선 27일 태인 종송리에서 김개남 장군이 피체되었다. 전봉준은 나주로 김개남은 전주로 압송되었으며 전주로 압송된 김개남은 새로 부임한 전라감사 이도재에 의해 즉결 처형되었다. 그로부터 10여일 후에는 손화중 장군이 고창에서 피체되었다. 이즈음 농민군들의 형편은 어떠했을까? 부대는 해산되었으되 돌아갈 곳이 없었다. 시시각각 추격해오는 조일 연합군, 앞을 막아서는 민보군이 기승을 부렸다. 내내 숨을 죽이고 사세를 엿보던 양반과 부호들이 토벌대를 조직해 농민군 살육에 나선 것이다. 이들은 조일 연합군, 특히 조선 실정에 밝지 못한 일본군의 충실한 조력자가 되어 농민군을 색출하고 살육하는데 앞장섰다..
바람이 불고 새가 날면..
바람이 불고 새가 날면..
2023.01.01어느 날 길을 가다 만난 황새 떼, 황새 수십 마리 하늘 높이 떠서 활공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 모습 가히 장관이었다. 사진기를 집어 들었으나 메모리카드가 없다. 차속을 다 뒤졌지만 한 개가 없다. 다 어디로 사라지는 걸까? 발 달렸는갑다. 아쉬운 대로 전화기를 꺼내든다. 이 억센 가슴 어디에 쓰랴.. 황새 떼 오기 전에 돌아가리라~~ https://youtu.be/j_T-QoeXEnw 집에 돌아와 이것저것 챙겨 다시 황새 떼를 찾아 나선다. 황새 떼는 간 데 없고, 뜬금 없는 쇠부엉이를 만났다. 몸땡이 구석구석 찌릿찌릿 전기가 통하고 잊힌 줄 알았던 탐조 본능이 되살아온다. 그리하여 나는 해가 바뀌는 마지막 날을 새와 함께 보내게 되었던 것이다. 쟁기촌 논배미 아래 온통 얼어붙은 저수지, 아직 얼지 않..