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박5일 울릉도 여행 결산.
2박5일 울릉도 여행 결산.
2010.10.30울릉도 다녀온 지가 벌써 한달이 지났다. 왜 2박 5일인가? 울릉도에 오며 가며 길에다 버린 시간이 이틀은 된다. 그만큼 멀고 외진 곳, 꽤나 큰 맘 먹어야 갈 수 있는 곳이 울릉도이다. 아쉬움이라는 것. 간고분투했을 개척민들의 숨결, 울릉 주민들의 삶의 애환을 조금이라도 알기 위한, 이를테면 옛길을 걷는 것. 그리하여 점점이 흩어져 있는 외딴집과 텅텅 비어가는 오지 마을을 지키는 진짜배기 섬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다면.. 울릉도의 빼어난 외관에만 감탄하다 다시 떠나오니 뭔가 무지 허전하더라는 함께 여행했던 사람들이 느끼는 공통의 심사에는 다 이유가 있다. 풍치수려한 해안길을 벗어나 숨 할딱거리며 땀 한바탕 쓰겄게 쏟아야 넘을 수 있는 옛 고갯길을 걸어보지 못한 아쉬움. 이는 울릉도 개척기 각 지역과 마..
[울릉도] 저동항에서 도동항까지..
[울릉도] 저동항에서 도동항까지..
2010.10.28학포를 출발한 우리 일행은 남양천이 흐르는 서면에서 아침을 먹고 다시 버스를 타고 도동까지 이동하였다. 굳이 남양을 들른 이유는 그곳 남양천에 작은도요가 도래하였었다는 소식에 혹시나 하는 마음에서였다. 그러나 도요류 이동의 절정기가 지나서인지 도요새는 보이지 않고 쇠오리, 흰뺨검둥오리 등속뿐이다. 어제 갔던 태하천만 못하다. 도동항에서 다시 버스를 타고 저동항으로 향한다. 울릉도의 어업전진기지라 하는 저동항은 협곡에 자리한 도동항과 달리 해안을 따라 넓게 포구와 시가지가 형성되어 있다. 그러나 싱싱한 생선과 오징어를 볼 수 있으리라는 기대와 달리 어판장이나 포구나 한산하다 못해 쓸쓸하기까지 하다. 오징어를 수소문하니 요즘 통 나오지 않아서 아마도 볼 수 없을 것이라는 답이 돌아온다. 바다가 한바탕 왈칵 ..
울릉도 해안 절경과 학포 일몰에 취하다.
울릉도 해안 절경과 학포 일몰에 취하다.
2010.10.13아침이 밝았다. 어젯밤 보았던 거대한 와불을 알현한다. 구름이 다소 낀 싱그러운 가을 하늘을 인 나리분지는 한적하기 이를 데 없다. 또르륵 또륵 방울 굴리는 소리를 내며 날아다니는 방울새들만 분주하다. 밭에는 대부분 더덕이 심어져 있고 군데군데 참고비를 심어놓은 밭이 보인다. 이미 가을이 완연하여 묵은 밭처럼 보이고 쓸쓸하다 못해 황량한 감마저 든다. 할레 할레 걷다 보니 울릉도 전통가옥인 너와집이 보인다. 실제로 사람이 살았던 집을 보전하고 있는 듯 하나 관리상태가 영 좋지 못하다. 가장 큰 특징은 눈이 많이 쌓이면 굳이 집 밖에 나오지 않고도 집 안에서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도록 건물 외벽을 다시 한번 견고하게 감싸는 '우데기'가 그것이다. 지붕에는 바람에 대비하여 굵은 돌들이 너와를 하나하나 세심..
백약이오름, 일단 올라보시라.
백약이오름, 일단 올라보시라.
2010.06.26약초가 많아 백약이오름이라.. 오래 전 이야기일 따름인지, 보고도 모르는 것인지 여느 오름과 다를 바 없는 평범한 모습이다. 습하고 무더운 날씨 탓인지 느릿하게 풀 뜯고 있는 소들 때문인지 오름 초입의 모습은 평범하다 못해 권태롭기까지 하다. 표선면 최북단에 위치하고 있다. 어디에서 보아도 매끈한 몸매로 위용을 과시하는 다랑쉬를 비롯하여 이름난 오름들이 주위에 포진하고 있다. 주위 오름들을 조망하는 맛이 좋겠다. 본격적인 오름짓이 시작되는 지점, 어디서 왔냐고 소가 묻는다. 좌보미오름이 배경이 되어주었다. 능선에 오르는 순간 탄성이 터진다. 오르는 동안 전혀 상상하지 못했던 모습이다. 움푹 패인 커다란 굼부리와 굼부리를 둘러싼 다양한 기복의 능선에 눈이 번쩍 뜨인다. 직접 올라보지 않고 섣불리 평가해서는..
제주도, 몸국이 있어 살아 돌아왔다.
제주도, 몸국이 있어 살아 돌아왔다.
2010.06.24'모내기만 끝나믄..' 큰일 하나 치르고 나면 다른 일이 꼬리를 물기 전에 벼락같이 하고 잪은 일을 해치워야 한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모내기 끝나먼 제주도 한번 갔다 오세" 하고 버릇처럼 말해두었었다. 평일, 휴일 가릴 것 없는 농사꾼 처지이기는 하나 공부방 일을 하고 있는 각시와 함께 하기 위해서는 휴일을 택하는 수밖에 없다. 장맛비가 온다는 예보는 있었으나 지금이 아니면 한정없이 미루어지거나 아예 없던 일로 되겠다 싶어 제주행을 결행하였다. 각시와 함께는 딱 거의 1년만이다. 이번에는 술을 몽땅 마시고 돌아다녔다. 아니 술을 이겨먹지 못하였다. 콩 갈고 논마다 물 틀어놓고 헐레벌떡 마감 직전 포도시 올라탄 제주행 막비행기, 내리자마자 한시간을 달려가 술을 먹기 시작하였으니 한라산 정기받으며 사는 ..
영실에서 돈내코까지, 한라산의 진면모를 보았다.
영실에서 돈내코까지, 한라산의 진면모를 보았다.
2010.05.10서귀포 중산간마을 회수, 폰깡 농사 짓는 문철이네 집에서 하룻밤을 묵었다. 7시까지는 항에 도착해야 하고 바쁜 걸음이 아닌 할랑할랑 느긋한 기분으로 가고 싶어 6시가 되기도 전에 집을 나섰다. 그런데.. 집을 나서는 순간 구름 한 점 없는 청명한 하늘에 말짱 드러난 한라산, 하얀 옷을 입은 백록담이 거역할 수 없는 힘으로 끌어 당긴다. "가긴 어딜 가, 내 품에 안겨 봐" 홀린 듯이 달려가 차를 세우니 영실 입구, 아직 등산객은 아무도 없다. 오후 1시 30분 발 완도행 배를 예약해두고 오르기 시작하니 6시 30분이다. 상고대가 피어오른 영실기암을 바라보며 경사 급한 길을 한시간여 오르니 문득 시야가 트인다. 이스렁오름 뒤로 안덕, 한림 지경의 오름들이 한 눈에 들어오고.. 누구 발자국일까? 앙증맞기 짝..
제주도 하도리 탐조
제주도 하도리 탐조
2010.05.06제주도 비는 한라산에서부터 시작해서 밑으로 내려온다더니 바닷가는 아직 비가 내리지 않는다. 하도리로 향한다. 사진 속에서만 보던 새, 장다리물떼새들이 한가롭다. 다리 정말 아스라하니 길다. 장다리물떼새 옆에 조용히 있던 녀석. 큰부리도요. 실은 이 녀석이 훨씬 보기 힘든 귀한 녀석이었던 모양이다. 그런 줄 알았더라면 좀 더 잘 담아둘 걸 그랬다. 이 녀석은 뭐지? 큰부리도요인 모양이네 하고 찍어둔 사진, 날아오르는 장다리물떼새 사진에서 오려낸 사진 달랑 두장뿐이다. 여러 종이 섞인 한 무리의 도요들이 물가에 모여 있다. 이밖에도 청다리도요, 뒷부리도요, 좀도요, 붉은발도요, 삑삑도요 등 좁은 공간에 참으로 많은 종들이 어울려 있다. 저어새도 처음 본다. 하도리는 우리나라의 저어새 유일한 월동지라 한다. ..
중산간에 비가 내린다.
중산간에 비가 내린다.
2010.05.06가시리 총각 석대와 서귀포 열리 총각 경록이와 함께 마신 술이 거나하여 잠이 들었다. 눈을 뜨니 이미 해가 솟았다. 표선 해수욕장은 제주바다답지 않게 간만의 차이를 심하게 느낄 수 있다. 마치 서해의 작은 해수욕장같다. 해수욕장 모래사장을 들여다보니 좀도요, 민물도요 등이 이리저리 종종거리며 몰려다니고 있다. 새우란을 보러 중산간 마을 가시리로 올라가니 금방이라도 비가 올 양으로 날이 겁나게 우중충하다. 정석항공관 근처 유채꽃길이 곱다. 길은 이렇게 휘어지고 돌아가는 맛이 있어야 하는데 요사이 새로 뚫는 길은 너무나 폭력적이다. 길 가에 차를 세우고 잡목 숲으로 들어간다. 전혀 길이 없을 것 같은 숲 속에 길이 사방팔방으로 뚫려 있다. 고사리꾼들 덕이다. 고사리꺾기가 한창일 때는 고사리보다 사람이 더 많..
제주에서 쇠부리도요, 제비물떼새를 만나다.
제주에서 쇠부리도요, 제비물떼새를 만나다.
2010.05.04자그마한 트집이라도 잡히기만 하면 간다. 내가 제주도를 기를 쓰고 찾는 이유는 무엇일까? 한라산, 오름, 사람, 바람, 바다.. 다 좋다. 무엇보다도 어딘가 떠나왔다는 느낌, 당면한 세상사를 순간순간 내려놓을 수 있는 동떨어진 느낌이 좋다. 유배당하고 싶다. 다시 찾은 제주, 언제나 그렇지만 바람이 겁나게 분다. 이제는 제주도 길들이 너무나 익숙하다. 바람을 뚫고 먼저 찾아간 곳은 모슬포 알뜨르 비행장. 일제가 최후 거점으로 건설해놓은 군사시설 중의 하나다. 여러 가지 역사적 의미가 있는 지역이겠지만 이번에는 새를 보기 위해 알뜨르 비행장을 찾았다. 머나먼 거리를 이동하는 철새들, 단 번에 수천 키로, 심지어 1만 키로가 넘는 거리를 이동하는 나그네새들에게 있어 지친 날개를 잠시 접고 다시 날기 위한 힘..
다랑쉬오름의 새끼오름, 아끈다랑쉬
다랑쉬오름의 새끼오름, 아끈다랑쉬
2010.02.13작년 8월 결혼식 참례를 핑계 삼아 아내와 함께 갔던 제주. 그 다음날에던가 공항으로 향하는 길에 들른 다랑쉬오름. 간간이 빗방울까지 뿌리던 궂은 날씨, 다랑쉬오름은 올려다만 보고 쉽고 만만해보이는 아끈다랑쉬오름을 올랐었다. 얼마나 걸린다 하는 시간이랄 것도 없이 그저 잠깐이면 오를 수 있다. 온통 억새밭, 가을이면 죽이겠다. 굼부리가 옴팡하다. 아끈다람쉬오름의 굼부리 너머 다랑쉬오름이 솟았다. 다랑쉬오름에서 내려다본 아끈다랑쉬오름. 2009년 1월 1일. '아끈'은 버금가는 것, 둘째 것이라는 뜻이라 한다. 아끈다랑쉬는 새끼다랑쉬이다. 12시 방향 성산일출봉이 바다에 떠 있다. 다랑쉬에서 익어가는 나락을 보았다. 아마도 산두찰벼인 듯..
새를 찾아 떠나는 여행
새를 찾아 떠나는 여행
2009.12.17절대 이런 일 없을 줄 알았다. 집 앞 저수지에 오는 오리들을 찍으면서 시작한 새찍기가 호사도요를 만나면서 탐조의 지경에 이르게 되었으나 그때만 해도 이렇게까지 되리라곤 생각하진 못하였다. 그저 집 주변 고창의 새들이나 관찰할 요량으로 카메라를 품고 다녔을 뿐이다. 그런데 이제 오로지 새를 보겠다는 목적으로 먼 거리를 다녀오기까지 하였다. 새를 찾아 떠나는 이른바 탐조여행.. 물론 내가 계획한 일은 아니다. 불러주니 다녀온 것일 뿐이다. 배를 타고 나가면 흔히 볼 수 없는 새들을 보러 간다 하니 솔깃하지 않을 수 없었고.. 하여 불원천리하고 다녀온 것이다. 색다른 경험, 좋은 여행이었다. 동해바다에 오는 겨울 철새, 그 중에서도 여간해서는 해안에 접근하지 않는 녀석들을 보는 것이 이번 탐조의 목적이라 했..
올레길 1코스, 말미오름(두산봉)
올레길 1코스, 말미오름(두산봉)
2009.09.08올레길 걷기 선풍으로 제주 여행의 풍경이 바뀐듯 하다. 어디를 가나 가벼운 행장으로 걷는 사람들을 쉽게 볼 수 있다. 말미오름에 오르기 위해 차로 접근하는 길이 공교롭게 올레 1코스를 거꾸로 거스르는 방향이었다. 가족, 친구, 연인 등등 많은 사람들이 우리와 반대 방향으로 걷고 있다. 수풀이 우거진 좁은 포장길인지라 걷는 사람들한테 미안하였다. 말미오름은 특이하다. 지미오름에서 바라본 바다쪽은 갂은듯한 절벽이 성곽처럼 둘러쳐 있고 전체 모습은 펑퍼짐하다. 그리고 그 안에 또 하나의 봉우리가 솟아 있다. 바다 속 폭발로 1차 형성된 오름이 바다 위로 올라온 이후 그 안에서 한차례 더 화산이 분출하여 생긴 '이중식화산체'라는 것이다. 송악산과 소머리오름이 같은 경우라 한다. 그래서인지 오름 내부 깊숙이까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