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을 먹지 않은지 한달이 되었다. 

집에 간 지는 또 언제인가? 가물가물하다. 한 보름은 된 모양이다. 

지난번 집에 갔을 때 들렀던 홍규형 작업실, 술을 먹지 않는 관계로 자꾸 대화가 단절되고 맨숭맨숭하였다. 

갑자기 홍규형이 국수를 말아주겠다고 팔을 걷어붙인다. 

홍규형 음식 솜씨는 그가 지닌 예술성 못지 않게 토속적이면서 깊이가 있다. 

홍규형 음식을 맛보기 위해서는 열심히 추임새를 넣어줘야 한다. 

"흐미 냄시 존거~" "아~따 맛나겄네이!"



작업실 앞에 작은 밭고랑을 일구어놓은 홍규형이 이런저런 푸성귀를 따고 뜯어다 상을 차렸다. 

나도 내년에는 꼭 텃밭농사 성공해야지 다짐해본다. 

어머니 돌아가시고 나는 단 한번도 텃밭농사에 성공하지 못하고 있다. 

파지, 무수지 다 직접 담갔다 한다. 김치 담그기가 몹시 재밌다네..

이 냥반이 나이 묵음시롱 여성 홀몬이 막 나와분다냐 어찐다냐?

꼬치에 된장 볼라묵고 배추쭐겅 우걱거리는 사이 국수가 나왔다. 



모락모락 올라오는 김이 잡히지 않은 사진 속 국수가 차가워보인다. 실제로는 맨작지근했다. 

멸치 우린 국물이 깔끔하고 담백하였다.  전라도 국수맛 난다.

국물까지 싹 다 뱃 속으로 몰아넣으니 배가 불씬 올라온다. 

한끄니 잘 잇댔던 기억이 새록새록하다. 

늦은 점심이 채 꺼지지 않아 저녁을 거른 지금 달려가고 잡다, 홍규형한테로..

배 불씬해지드락 예술가가 말아주는 국수 얻어묵고 잡다. 

나는 암만해도 밀가리것을 너무 좋아하는 모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