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계에 의존하지 않고 옛날 방식 그대로 국수를 만든다 했다. 

옛 방식으로 국수를 만드는데서 핵심은 '자연건조', 그 과정에 들이는 품이 보통이 아니라 했다. 

그 고된 일을 50여 년, 내외간이 합쳐서 백 년을 국수를 뽑아왔다는 임실 백양 국수를 소개하는 글을 보았다. 

글의 주제는 '둘이 있는 풍경', 그 세월을 함께 해온 부부에 관한 것이었다. 

하지만 나의 시선을 끈 것은 백양 국수만을 고집하여 국수를 끓여낸다는 국숫집. 

그 집으로 하여 입소문을 타고 백양 국수가 유명해졌다는데 나는 거꾸로 백양 국수를 통해 국숫집을 알게 되었다. 

임실 강진 장터 행운집이 그 집이다. 

 

28년쯤 전에 내가 받았던 전주 병무청에서 신검을 받은 아들놈을 데리고 강진으로 달렸다. 

강진은 섬진강 옥정호 아래  순창과 정읍, 임실 접경에 있는 산골동네다. 

순창으로는 회문산이 가깝고 정읍 쪽으로는 산내면과 맞대고 있다. 

나름 교통 요지이거나 아니면 너무 외진 산골이라 아직도 장이 서는 모양이다. 

텅 빈 장마당에 어둠이 밀려 내려오고 불 밝힌 국숫집에서는 취객들의 말소리가 왁자하게 흘러나오고 있다.  

 

 

물국수 각 1개, 비빔국수 1개를 주문하니 다 묵겄냐고 묻는다. 

국수 잘 묵게 안 생겼냐고 다시 울으니 그냥 웃으신다. 찬을 챙기는 손놀림이 분주하다. 

어제 김장을 하셨다는데 그 김치가 꽤 맛있다. 그야말로 전라도 김치. 

듣던 대로 주문을 받고서야 국수를 삶기 시작하니 다소 시간이 걸린다. 

귀때기가 주를 이룬 머리 고기 먹으며 기다리면 되겠다. 

파김치고 뭐고 싹 다 훑어먹어 버리고 한 접시씩 다시 받았다. 

 

 

 

국수가 나왔다. 면발이 꽤 굵다. 백양 국수는 중면이라 했다. 

차림새가 담백하다. 썰어서 올려놓은 오이가 감자처럼 보인다. 

휘휘 저어서 한 젓갈 묵어보는디.. 국수발이 탱탱하고 국물 맛은 꼬소하다. 

탱탱한 느낌 거 뭐랄까 말하기 힘들다. 

진하게 우려낸 멸치국물에 '그짓갈로 넣는 시늉만 해도 꼬소한' 진짜 참기름이 입 속에서 잘 어우러진다.

 

 

 

비빔국수도 좋다. 

뚝딱뚝딱 양재기 비우고 일어나니 국숫집 할매가 쳐다본다. 

이 냥반 다음에 가면 내 얼굴 기억하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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