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리에 갔다 온지도 해를 넘어 벌써 세달이 되어간다. 

놀러 갔다온 것도 아니고 씀뻑 다녀온지라 이러저러한 기억들이 고닥새 아스라해진다. 

어딜 가나 제때 공급받지 못해 배고픈것 빼고 음식으로 해서 어려움을 겪는 일은 그다지 있어본 적이 없다. 

머나먼 열대지방이지만 발리에 가면서도 음식 걱정은 달리 해보지 않았고 실제로 잘 먹고 잘 싸다 왔다. 

일부러 이것저것 먹어왔지만 이렇다 하게 기억나는 음식도 없다. 

다만 첫날 먹었던 도시락과 마지막날 길거리 포장마차에서 먹었던 음식이 그중 기억에 남는다.  



 WTO 발리 각료회의에 반대하는 국제 행동의 날 시가행진을 마치고 점심으로 받은 도시락이다. 

기름종이에 쌓인 도시락을 펼치는 순간 당혹감이 밀려왔다. "이걸 대체 어쩌라는 거지? ㅎㅎ"

무슨 라면땅 찌끄레기 물에 불려놓은 듯한 껄적지근한 면발과 길쭉한 안남미 쌀밥, 그나마 숟가락이 있는게 다행이다 싶다. 



하지만 걱정도 잠시 한국에서 가져온 고추장이 첨가되고 소주가 가세하니 점심시간은 금새 진수성찬으로 돌변하였다. 

여기에 김치에 김까지 얹어먹기도 하였으나 굳이 그렇게까지 하지 않아도 훌륭한 점심이 되었다. 

이제는 땀이나 좀 가셨으면 하는 바램이 간절해진다. 

투쟁기간 내내 소주는 국제연대의 강력한 무기가 되었다. 



마지막 일정으로 한국 원정투쟁단 기자회견과 이경해 열사 추모제를 마치고 차에 오르기 직전 포장마차에서 사먹은 음식, '박소'. 

알고보니 인도네시아에서 꽤 유명한 길거리 음식이었다.

마치 어묵처럼 생긴 덩어리는 고기와 밀가루 등을 반죽하여 만든듯 한데 탱탱하고 쫄깃한 식감이 좋았다.  



여러가지 소스가 있는데 양념장이 들어있을 법한 용기에 들어있는 칠리소스를 한숟갈 넣어먹으니 맛이 배가되었다. 

아~ 좋다! '이열치열'의 진수를 맛본다.



마침 지나가던 홍천의 동갑내기 친구를 붙잡아 같이 먹는다. 

어이 친구 맛나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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