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15일 산업통상자원부 주최로 환태평양 경제동반자 협정(이하 TPP) 공청회가 열렸다.

오전 9시, 공청회가 열리는 코엑스 회의실 부근은 먼저 들어와 진을 친 경찰과 경비용역들의 분주한 움직임으로 시장통을 방불케 했다.

FTA 대응 범국본과 한중 FTA 중단 농대위가 공동 주최하는 기자회견이 회의장 입구에서 열렸다. 

민주노총, 참여연대 등이 함께 하였으나 그들은 기자회견이 끝나자 어디론가 연기처럼 사라져 버렸다. 

TPP에 반대하며 졸속 요식행위로 진행되는 공청회는 더더욱 인정할 수 없다는 기자회견의 결의는 그저 말뿐인 건가? 

기자회견 또한 요식행위였다는 기분 나쁜 느낌이 지워지지 않는다. 

농축산 연합회의 김준봉 회장 일행도 함께 사라져 버리고 전농, 전여농, 한우협회 등의 멀마 되지 않는 농민들만이 공청회장으로 들어갔다.

 

▲ 공청회장을 점령하다시피 한 경찰들은 절대 언론에 노출되지 않을 것이다.
▲ 공청회장 내부에도 용역들이 반이 넘게 들어차 있다.
▲ 기자회견에서 규탄발언중인 전농 이광석 의장

 

공청회장에 들어간 전여농 회원들이 종이 피켓을 들고 침묵의 항변을 시작하였으나 이내 제지당하고 밖으로 밀려나는 가운데 취재진과 용역, 농민들이 뒤엉켜 정상적인 공청회 진행이 불가능하게 되었다. 

 

▲ 용역들의 완력행사에 항의하며 공청회 중단을 요구하는 전농 이광석 의장

 

항의하는 농민들과 주최 측이 동원한 용역들 간의 공방이 서너 차례 진행되고 농민들은 졸속 요식행위로 진행된 공청회는 원천무효임을 선언하고 공청회장에서 퇴장하였다. 이후 언론에는 <TPP 참여 시 10년간 GDP 2.5~2.6% 추가 상승> 기사가 주류를 이루는 가운데 '찬반 치열' '농민 소란' 등이 간간이 실렸다. 

이미 대부분의 농축산물이 완전히 개방되어 더 이상 뺏길 것조차 남아 있지 않은 농민들의 치열한 항의행동과 달리 점잖은 기자회견의 발언으로 투쟁을 대신하고 사라져 버린 민주노총과 참여연대 등의 품위가 비교되는 하루다. 

 

[전국농민회총연맹 성명]

요식행위 공청회 전면 무효!
박근혜 정부는 환태평양 경제동반자 협정(TPP) 참가 방침 즉각 철회하라!

오늘(11월 15일) 산업통상자원부 주최로 환태평양 경제동반자 협정(이하 TPP) 공청회가 열렸다.
정부는 이번 공청회에서 나온 의견을 토대로 대외경제장관회의에서 TPP 협상 참여 여부를 결정한 뒤, 이를 국회에 보고할 예정이라고 한다. 정부는 그동안 정식으로 TPP 참여를 발표한 적도 없고 국내에서는 어떠한 논의도 진행된 적이 없다. 하지만 외국 언론에서는 한국 정부가 참여할 것임을 알리는 보도가 나오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정부는 행정절차법 38조 “행정청은 공청회를 개최하려는 경우 관보, 공보, 인터넷 홈페이지 또는 일간신문 등에 공고하는 등의 방법으로 널리 알려야 한다”는 규정도 무시하고 공청회 개최 여부도 날짜가 다가와서야 언론에 공개하였다. 이는 이번 공청회가 이미 결정된 정부 방침을 기정 사실화하기 위한 요식행위에 불과함을 보여주는 것이다.

오늘 공청회는 명백히 무효다.
TPP로 인해 가장 큰 피해를 받게 되는 농민들은 토론자로 들어가지도 못했으며 정작 공청회에서 반대 의견을 피력하다 보안요원의 완력에 의해 쫓겨나는 일이 발생하였다.

TPP는 한미 FTA보다 더 높은 수준의 개방, 예외 없는 관세철폐와 예외 품목 사전 제시 금지, 투자와 서비스 시장 완전 자유화를 추구하는 협정이다. 한국 농업엔 사망 선고일 수밖에 없다.

이미 미국은 한미 FTA 협상에서 제외되었던 쌀과 쇠고기 등 농산물에 대한 추가적인 개방을 요구하고 있다. 우리나라가 TPP에 참가할 경우 쌀시장의 완전한 개방은 물론 광우병 위험이 높은 30개월령 이상의 미국산 쇠고기 개방도 불가피해진다.

철저하게 비공개로 추진되는 협상, 무엇이 득이고 실인지 아무도 알 수 없는 협상, 가장 큰 피해 당사자인 농민의 참여가 철저히 봉쇄된 채 진행되는 TPP 참가를 우리 농민들은 온몸으로 반대한다.

우리나라 쌀 자급률이 80%대로 하락했다. 대한민국은 이미 쌀 부족 국가이다.
농산물 가격은 폭락했고, 농민들은 추수의 기쁨을 누릴 기회도 없이 여름내 피땀으로 키운 배추를 갈아엎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해 있다.

지금 이 시기, 국가의 미래를 생각하는 정부라면 무엇을 해야 하겠는가?
전국 300만 농민들은 화려한 옷을 입고 외국을 순방하며 그들의 환심을 사기 위해 자국의 기간산업들을 팔아넘기기에 여념이 없는 박근혜 정부를 규탄하며, 박근혜 정부에 의해 추진되는 TPP 참가를 결단코 반대한다.

2013년 11월 15일
전국농민회총연맹 의장 이광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