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사여.

우리는 올해도 어김없이 아스팔트 위에 서서 싸웠습니다.

당신이 그러했던 것처럼 쌀을 지켜야 한다고 외쳤습니다.

쌀값은 농민 값이라며 제값 받아 농민도 살아야 한다고 투쟁하고 있습니다.

8년 전 당신이 온몸으로 저항하던 그때와 농민의 현실을 달라진 게 없습니다. 아니 오히려 민주주의는 후퇴하고 역사를 되돌리려는 유신세력은 민중 무서운 줄 모르고 날뛰고 있습니다. 

열사여.

당신 앞에서 결의합니다. 저들이 독재를 부활시키고, FTA로 농업에 사형선고를 내려도 한치의 물러섬 없이 녹두장군의 후예답게 싸우겠노라고 결의합니다.

우리의 오늘, 당신이 그토록 살아 투쟁하고 싶었을 내일. 당신의 뜻을 새겨 쌀값 제값 받아내고, 쌀시장 전면 개방 기필코 막겠습니다. 민주주의 지켜내고 기초농산물 국가수매제 끝끝내 쟁취하겠습니다.

다음에 열사 앞에서는 당당하게 승리의 소식을 전하도록 투쟁하겠습니다.

뜨거운 동지애로 지켜봐 주소서!

 

▲ 11월 24일 마석 모란공원 민주열사 묘역에서 농민열사 고 전용철 동지 8주기 추모제가 진행되었다.
 

 

충남도연맹 김봉균 부의장님의 추모시가 낭독되었다. 

 

상록수의 꿈 2

                                         김봉균


들국화 꽃그늘에 숨어 있던 가난의 향기가
마을 어귀에 서성이다
설움 묘비를 끌어안는다
미처 자리 잡지 못한 우울한 가을빛은
누울 곳을 찾지 못하고
서둘러 등 붙일 곳을 찾아 나선다
여의도 아스팔트 위 한가운데 서서
구호마다 분노가 담긴 지친 함성 위에
우리의 미래를 함부로 거래하지 말라던
청년의 아픈 호소가 울고 있다.
분노의 함성도, 처절한 피울음도, 
붉은 머리띠에 우는 젊은 농부의 호곡으로도
해결하지 못한, 얼어버린 민중의 생명줄은
터져 오르는 억울함을 삭이지 못하고 몸부림친다
회색빛 아스팔트 위에 버려진
더러운 약속을 주워 담은 민중의 시월은
소중한 희망을 삼키다가 배탈 난 자본주의 공룡에게
잃어버린 청구서를 내민다. 
다시 아홉 해를 다짐해도 흔들리는 상록수의 꿈
점점 더 어두워 가는 이 땅의 빈 들판을 보며
저만치 떠나는 길에 타는 속만 따라간다.
평화의 목마름이 찬 이슬에 젖으면
눈물 젖은 가을을 안고 새벽을 벤 약속은
따라온 제 그림자 밟고 재회의 길 다진다.

 

▲ 추모제를 마친 농민들이 막걸리잔을 나누며 새로운 투쟁을 결의한다.
▲ 추모제를 마친 농민들이 막걸리잔을 나누며 새로운 투쟁을 결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