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이 밝았다.  해가 떠오르고 발리 원정투쟁 첫날이 시작되었다.

다소 이국적인 경치,  하지만 집과 사람을 제외하고는 제주도와 별반 다르지 않다. 한여름 제주..

발리는 과거 두어차례 폭탄테러 이후 관광객이 급격히 줄어들어 관광지로서의 면모가 많이 퇴색되었다 한다. 

최근 각종 국제회의를 개최하며 탈출 모색중..


▲ 날이 밝는다. 숙소에서 본 먼동.


비아 캄파시나 전체 투쟁단이 한자리에 모여 발리 상황과 오늘 하루 일정을 공유한다.

전체 100여명, 그 중 한국 투쟁단이 40여명으로 가장 많다. 

오늘은국제행동의 날, 인도네시아 현지 전선조직 '거락라완'과 아시아 연대조직 'SMAA'가 공동 주최하는 집회에 참석한다. 

짧지 않은 행진이 계획되어 있다. 준비해온 각종 선전역량이 총동원되어 행진에 임한다. 

전농은 풍물패와 상여, 커다란 그림과 피켓, 그리고 22명의 사람을 준비하였다. 


▲ 비아 캄파시나 전체 투쟁단이 모여 오늘 하루 일정을 공유한다.


▲ 집결지로..


집회가 열리는 '레논 들판(광장)'으로 간다. 

레논 광장은 공원.. 그런거다 . 


▲ 도착하자마자 관심을 집중시키는 한국 투쟁단


집회 장소에 도착하여 행진을 준비하는 도중 시선이 집중된다.

다들 좋아라 한다. 우리 굿은 세계 공용 언어다 .

가만히 서 있어도 땀이 줄줄 쏟아지는 무더운 날씨, 쉴새없이 땀이 눈으로 흘러들어간다. 

한여름 삼복더위에도 흘리지 않았던 많은 양의 땀을 흘렸다. 

비아 캄파시나의 협조 아래 현지 조직이 준비하기로 했던 상여 제작물품이 준비되지 않았다. 

전농 특유의 창발성이 발휘된다. 현지 조달.. 임기응변.. 뚝딱뚝딱..

행진이 시작되는 순간에야 상여가 준비되었다.   니미럴놈의 땀이 사람 잡는다. 


▲ NO WTO! 농민화가 박홍규 화백의 작품 '분노를 넘어'.


행진이 시작되었다. 

국내 유일의 진정한 농민화가 박홍규 화백의 최근작 '분노를 넘어..'에 'NO WTO!' 구호를 새겨넣었다. 

인기 짱! 외국의 많은 참가자들이 그림을 배경으로 수많은 사진을 박아간다. 

한국농민의 분노, 눈물은 전세계 농민들의 분노, 눈물이다. 

말은 통하지 않지만 예술은 만국공통어다. 


▲ STOP! WTO, FTA, TPP


상여, 우리가 만들었지만 믿기지 않는다. 우리가 만든거 맞나? ㅎㅎ

STOP WTO! FTA! TPP!

상여만큼 훌륭한 시위물품이 있을까? 

한국 투쟁단이 중비한 상여는 전세계 농민들의 공적 WTO를 무덤에 보내겠다는 의지가가 담긴 상징물이다.


▲ WTO가 농민을 죽인다! WTO 각료회의 즉각 중단하라!


피켓 부대가 뒤를 따른다. 

WTO가 농민을 죽인다! WTO Kills Farmers!

WTO 각료회의 즉각 중단하라! Stop the WTO right NOW!

Remember 이경해!


▲ 뭐라 써진걸까?


어디서 온 어느나라 사람들인지, 뭐라 하는지 정확히 알 수 없으나 WTO에 대한 적개심과 분노는 하나다. 

이런 우리 농민들을 이어주는 국제연대의 구호도 하나, DOWN DOWN WTO!


▲ WTO 장례행렬. STOP WTO!


▲ 상여를 앞세운 전농 원정투쟁단. STOP WTO!


한국 투쟁단의 장례 행렬이 행진의 최선두에 있다. 

인도네시아 전선조직 '거락나완'과 동남아 각지에서 온 투쟁단 약 2천여명이 좁은 거리를 메우고 행진한다.  


▲ NO WTO! 끝장내자 WTO!


▲ NO WTO!


행진은 가다 서다를 반복하며 쉬엄쉬엄 간다. 무더운 날씨가 사람 잡는다. 



▲ DOWN DOWN WTO!


정광훈 의장님이 남기고 가신 "DOWN DOWN WTO!"는 전세계 농민들의 공통구호가 되었다. 

새로이 "END END WTO!"가 고안되었지만 영 맛이 떨어진다. 

순창 출신 산골 농민의 힘찬 구호가 전세계 농민들의 가슴을 울린다. 


▲ NO WTO!




젊은 투쟁단 하나 이경해 열사 피켓을 들고 절대 주지 않고 들고 다닌다. 

아마도 가져갈 듯..



행진이 마무리되는 지점에 다 왔다. 

영락없는 촌양반들같은 경찰들이 우리를 보고 웃는다. 적대감이 없어보인다. 

하긴 여기는 협상장은 물론 경찰 저지선에서도 한참 떨어진 곳이다. 

협상장까지의 거리는 무려 삼십리가량 된다. 

협상이 열리는 곳은 제주도로 치면 중문단지같은 곳으로 완전히 봉쇄되어 있다고 한다. 

하지만 상여를 태워 장례식을 마무리하려던 우리 계획은 경찰의 제지와 현지 조직의 만류로 성사되지 않았다. 


▲ 한국농민 투쟁단장 전농 이광석 의장. “WTO가 살아날 기미가 보여 달려왔다”며 “통제불능인 자본권력을 우리의 강고한 연대로 막아내자”


한국 투쟁단을 대표하여 이광석 전농 의징님이 연단에 올랐다. 

WTO에 맞선 전세계 농민을 대표하여 우리들이 이 자리에 있다. 전세계 농민들의 단결과 연대로 WTO를 무덤으로 보내자고 호소하고 있다. 



▲ 국제 참가단의 환호 속에 상여가 소각되고 있다.

행진과 대회를 마친 투쟁단은 점심식사와 휴식, 비아 캄파시나 전 사무총장과 인도네시아 농민조직 SPI 대표단이 함께 참가한 간담회를 진행하였다.  

저녁 식사 이후에는 각국 대표단이 함께 하는 단결과 문화의 밤 행사가 진행되었다. 

전농은 이경해 열사를 잊지 말자는 당부와 추모 묵상을 제안하였고 신명나는 굿패의 장단 속에 상여를 불태우는 것으로 빡빡한 하루일정을 마감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