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식량주권이란 무엇인가? 


“식량주권은 환경친화적이고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생산되고 문화적으로도 적합한 식량에 대한 민중들의 권리이며, 또한 민중들이 그들의 고유한 식량과 농업 생산 체계를 결정지을 수 있는 권리이다.” 

(닐레니(Nyeleni) 선언 http://www.nyeleni.org/spip.php?article333)



▢ ‘식량주권’ 운동은 국제 농민운동 조직인 [비아 캄페시나]의 주도로 2007년 발표된 ‘닐레니 선언’을 통해 세상에 새롭게 제기되었다. 


▢ 선언문은 식량, 먹을거리와 관련한 크게 두 가지의 권리를 말하고 있다. 생산의 권리와 소비의 권리, 여기에서 말하는 권리의 핵심은 ‘자주권’이다.  지속가능하며 건강한 먹을거리를 생산하고 소비하는 데 있어 일체의 부당한 간섭과 강요를 배제하고 자주적으로 결정할 권리를 말한다. 


▢ 식량주권을 말하면 언뜻 떠올리는 ‘식량자급률’도 아니요, 자칫 혼동하기 쉬운 ‘식량안보’라는 말과도 확연히 다르다. 식량자급률이 식량주권의 실현정도를 평가할 수 있는 중요한 척도는 될 수 있겠지만 등치될 수는 없다. 

   또한 식량안보는 상시적인 식량를 공급하는 세계적인 식량체계를 강조하면서 공급의 안정성을 강조하지만 식량이 어디에서 오고, 누가 생산했으며, 어떻게 재배되고 가공되었는지 말하지 않는다. 이로 인해 힘들여 스스로 생산하는 것보다 값싼 먹거리를 수입이나 원조를 통해서 식량안보를 달성하는 것이 좋다는 논리를 허용하게 된다.



2. 식량주권의 위기는 어디로부터 오는가?


▢ 식량주권을 ‘지속가능하며 건강한 먹을거리를 생산하고 소비하는 데 있어 일체의 부당한 간섭과 강요를 배제하고 자주적으로 결정할 권리’라고 정의한다면 식량주권을 훼손하고 자주적 권리를 침해하는 주범이 누구인가를 밝히는 것이 중요하다. 


“식량주권은 식량체계와 정책의 중심을 시장과 기업의 요구가 아니라 생산과 공급, 소비를 하는 사람들을 최우선으로 하며 동시에 다음 세대를 위한 것이다. 

식량주권은 현재 초국적 기업이 주도하고 있는 식량체계에 맞서 지역적 생산자들을 중심에 둔 식량, 농업, 소목축업, 어업 체계의 방향과 전략을 제시한다. 

식량주권은 지역, 국민경제와 시장을 우선시키고, 농민과 가족농이 추구한 농업, 어민, 목축인과 환경적 사회적 경제적 지속성을 토대로 한 식량생산, 공급, 소비의 권한을 부여한다. 식량주권은 모든 민중에게 공정한 수입을 보증 할 수 있는 투명한 무역과 소비자가 식량과 영양물을 관리 할 수 있는 권리를 증진시킨다. 

식량주권은 우리의 토지, 영토, 물, 종자, 가축, 생물의 다양성을 사용하고 관리하는 권리가 식량 생산자의 손에 있다는 점을 보증한다. 식량주권은 남녀, 민중, 인종, 사회계급, 세대 간의 불평등과 탄압이 없는 새로운 사회관계를 의미한다.”

(출처 : 닐레니(Nyeleni) 선언 http://www.nyeleni.org/spip.php?article333)



▢ 선언문은 식량주권을 침해하는 주범으로 초국적 기업을 지목하고 있다.초국적 기업이 주도하는 전지구적 범위의 식량체계, 이는 농업과 농민, 농산물 시장에 대한 초국적 자본의 지배를 의미한다. 자본주의 체제에서 국가는 자본의 자유로운 이윤추구를 위한 도구로서 기능한다. 초국적기업과 제국주의 국가는 따로 분리할 수 없는 한 몸이다. 


▢ 식량주권을 짓밟는 초국적기업은 어떻게 성장하고 농업을 지배하는가?전세계 농업과 식량을 쥐락펴락하고 있는 초국적 기업들은 농화학기업, 곡물기업, 식품기업, 유통기업, 또는 이 전반을 통합하는 ‘초국적 농식품복합체’의 형태로 존재한다. 이들은 농업의 생산과 수집, 유통, 판매, 가공에 이르기까지 식량체계 전반을 지배하고 탐욕스런 활동으로 이윤을 극대화한다. 


▢ 오늘날 세계적 범위에서 농업을 지배하고 있는 초국적 농식품복합체의 기원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에 의해서 이루어진 유럽과 동아시아에 대한 농산물원조로 거슬러 올라간다. 식량원조는 거대곡물상사와 식품가공 대기업을 필요로 하며 이들의 해외 시장개척을 돕는다. 오늘날 미국계 카길 등 5대 유통회사가 전세계 유통량의 75%를 차지하고 있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3. 식량주권 위기의 주범, 초국적 농식품복합체


▢ 초국적 농식품복합체는 농업생산의 획일화를 강제하여 농업의 유전적 자원의 다양성을 감소시키고 장기적으로는 농업의 지속가능성을 감소시키는 환경파괴적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  이러한 문제는 농산물 수출국과 수입국 모두에서 발생한다. 


▢ 종자의 상품화와 독점을 통해 세계 농업의 지배를 꿈꾸는 초국적 농식품복합체의 탐욕은 GMO 종자를 개발하기에 이르렀다. 이는 종자에 대한 농민의 권리를 결정적으로 박탈하여 기업의 독점적 이윤을 극대화하려는 각종 음모를 배태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자연계의 자연스런 순환과 원리에 역행하는 것으로부터 발생하는 각종 환경파괴, 인체 및 자연계에 끼치는 위해성 논란이 그치지 않고 있다. 


▢ 결국 초국적 농식품복합체는 “지속가능하며 건강한 먹을거리를 생산하고 소비하는 데 있어 일체의 부당한 간섭과 강요를 배제하고 자주적으로 결정할 권리”인 식량주권을 훼손하고 침해하는 결정적 요인이 되는 것이다.  


▢ 초국적 농식품복합체가 주도하는 전지구적 범위의 식량체계 구축, 이는 농업과 농민, 농산물 시장에 대한 초국적 자본의 지배를 의미한다. 자본주의 체제에서 국가는 자본의 자유로운 이윤추구를 위한 도구로 기능한다. 초국적기업과 제국주의 국가는 따로 분리할 수 없는 한 몸이다. 초국적 농식품복합체의 종주국은 미국, 미국에 의해 주도되는 자유무역의 광풍은 바로 초국적 농식품복합체의 자유로운 이윤추구를 위한 정지작업에 다름 아니다. 초국적 농식품복합체는 곧 미국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4. 식량주권 실현을 위하여 


1) 식량주권 운동의 대상과 의의


▢ 국제 ‘식량주권’ 운동은 미국과  전세계적 범위의 농업생산과 소비에 대해 반대한다. 초국적 농식품복합체는 본질에 있어 미국 농산물의 자유로운 해외진출의 요구로부터 출발한 농업부문 시장개방, 농산물 자유무역이 탄생시킨 괴물이다.  미국과 초국적 농식품복합체에 의해 주도되는 농산물의 자유무역은 수출국과 수입국 모두의 농업을 파괴한다. 때문에 ‘무역의 대상에서 농업을 제외하라’는 것은 식량주권을 실현하기 위한 운동의 핵심적 내용을 이룬다. 


▢ 무역의 대상에서 농업을 제외한다는 것은 개별 국가 고유의 식량과 농업생산 체계를 해당 국가와 민중의 요구에 따라 새롭게 복구하게 됨을 의미한다. 미국과 초국적 농식품복합체에 의해 강요되어 온 GMO 종자, 대규모 화학농업 및 공장식 축산 등의 폐기를 의미하며, 이들에 의해 압살당해 온 소농의 부활을 의미한다. 

▢ 식량주권을 실현하겠다면서 동시에 농업을 WTO와 FTA의 협상 대상으로 삼는 것은 이율배반이다. 식량주권이 무엇인지 모르거나 알면서도 눈을 슬쩍 감고 전 국민을 우롱하는 것이다. 국제적인 다자간 협상, 국가간의 협상에서 농업시장 개방에 대한 선진 강국의 부당한 요구에 당당히 맞설 수 있는 자주적 입장에 설 수 있는 뱃심이 필요하다. 식량주권 실현을 위한 결정적 담보는 국민의 이해와 요구에 충실한 자주적인 정부를 세워 국가주권을 튼튼히 하는 것이다. 


▢ 자본의 탐욕으로부터 ‘종자’를 지키는 것은 식량주권 실현을 위한 운동의 중대한 사안이 되고 있다. “환경친화적이고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생산되고 문화적으로도 적합한 식량” “고유한 식량과 농업 생산 체계를 결정”지을 수 있기 위해서는 오랜 세월 해당 국가, 해당 지역에서 해당 농민들이 직접 가꾸고 발전시켜온 종자가 지켜지고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종자주권을 확보하는 것은 식량주권 실현을 위한 원천 기술을 보유하는 것과 같다.  


▢ 농업생산 기반을 단단히 유지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 농민들은 “굶어죽을지언정 씨나락은 까먹지 않는다” 하였다. 어려울 때일수록 농업의 생산기반을 튼튼히 축성하고 보존하는 것이 대단히 중요하다. 수츨 지상주의로 경제규모를 부풀려온 우리나라는 사회 전체, 특히 정치권과 정부부처의 농업 경시풍조가 극에 달하였다. 이른바 비교우위론이 좋은 예이다. 하지만 전 세계가 절대적인 식량부족에 허덕이는 식량위기의 시대에 직면한 조건에서 값싼 해외 농산물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설사 존재한다 하더라도 그것은 거대 곡물 메이저의 수중에 장악되어 그들의 탐욕만을 채울 뿐이다.  


  2) 식량주권 운동의 성격


▢ 미국과 초국적 농식품복합체의 탐욕과 횡포로부터 농업을 지켜 식량주권을 실현하기 위한 노력은 본질에서 반미(반세계화) 반자본주의 투쟁의 성격을 띤다.  이러한 투쟁의 선두에 각국의 투쟁하는 농민들과 농민운동 조직이 있으며 세계화에 저항하는 농민운동의 국제연대 투쟁과 조직이 있다.  여기에는 안전한 식량을 안정적으로 공급받을 민중의 권리 실현을 위한 각계층 민중들의 투쟁이 함께 하게 된다.  


▢ 식량주권 실현을 위한 노력은 무엇보다 식량자급 실현에 대한 요구로 집중된다. 식량을 자체의 힘과 노력으로 자급하게 된다는 것은 곧 외국 농산물의 무분별한 수입의 중단, 미국과 초국적 자본의 요구에 굴복한 스스로를 파괴하는 농업정책의 폐지를 의미하는 것이다. 식량주권 실현에 대한 요구는 기본적으로 농업에 대한 국가의 역할을 높일 것에 대한 요구로 집중된다. 식량자급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국가가 나서서 관련 법과 제도를 정비하고 국가 책임 하에 각종 사업을 진척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식량주권 실현을 위한 결정적 담보는 국민의 이해와 요구에 충실한 자주적인 정부를 세워 국가주권을 튼튼히 하는 것이다. 


▢ 식량주권 실현을 위한 근본 힘은 농민에게 있다. 농민이야말로 미국과 초국적 농식품복합체의 수탈과 횡포에 맞서 가장 절실한 이해관계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며 생산자로서 농업과 식량에 대한 자신의 주인된 권리를 회복하는 투쟁이기 때문이다. 각성된 농민들의 조직적 투쟁과 투쟁 속에서 각성되는 농민들이 있기에 식량주권 실현을 위한 민중들의 투쟁은 반드시 승리할 것이다. 



5. 전농의 식량주권 운동


  식량주권이 실현된다 함은 무엇을 말하는가? 생산자 농민의 자주적 권리와 전체 국민의 식량기본권이 보장되어야 한다. 

  농민들은 자신의 생산물에 대한 가격결정권, 정책결정에 대한 참여, 지속적으로 농사지을 토지에 대한 권리, 종자에 대한 권리를 손에 쥐어야 한다. 전체 국민들은 안전한 우리 농산물을 안정적으로 공급받을 권리가 있다. 

  우리는 여기에 국가가 이러한 정책을 자주적으로 결정하고 실행할 권리를 반드시 포함시켜야 한다. 국가는 식량주권 실현을 위한 법과 제도를 세워 이를 보장해야 한다. 

  식량주권은 곧 국가주권의 문제이다.


  1) 자주농업, 통일농업 실현


  미국의 지배와 통제로부터 농업정책에 대한 자주적 결정권을 되찾고, 남북이 공존, 번영하는 통일지향 농업정책(전민족적 범위의 식량주권 실현)을 수립해야 한다. 

  신자유주의 농업정책의 폐기(한미 FTA 폐기, 한중 FTA 중단)와 식량자급에 기초한 식량주권 노선을 확립해야 한다.  

  식량주권 노선에 기초한 농업회생 정책은 내수 기반의 자립적 민족(국민)경제 구축을 위한 전제가 된다. 


  2) 농민주체의 국가책임농정 - 기초농산물 국가수매제 실시


  식량주권을 실현하고 농민이 잘 사는 세상은 농민이 사회의 주인으로 나서야만 가능하다. 지난 시기 한국 농민의 가장 큰 억압은 자신의 운명을 결정할 수 있는 권리가 단 한 번도 주어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60여년 평생 농사를 지어도 자신이 생산한 농산물에 대한 아무런 권리를 행사할 수 없었고, 농산물 가격은 국가와 시장에 의해 일방적으로 매겨졌으며, 그렇게 책정된 가격은 생산비에 미달되어 농업을 포기하거나 부채가 부채를 낳는 악순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농민들이 농산물 가격결정권과 더 나아가 정책결정권을 틀어쥐어야만 농민은 식량주권 운동의 참다운 주인으로 나설 수 있다. 

  기초농산물 국가수매제는 단지 시장방임형 농업을 국가책임형 농업으로 전환한다 는 것을 넘어, 미국과 매판관료, 자본가에게 빼앗긴 농업을 농민이 되찾자는 것이다. 

  나라를 떠받치는 기간산업인 농업, 기간역군인 농민에 대한 합당한 정책수립은 국가의 의무이자 핵심과제이다. 농민이 바로서야 농업을 살릴 수 있으며 식량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3) 농민적 농지소유제도 확립과 식량자급을 위한 농지보전


  지속가능한 농업, 식량주권의 실현을 위해서는 경자유전의 원칙을 확립하고 식량자급 계획에 기초한 절대농지의 확대와 유지 보존이 대단히 중요하다. 

  비농민 소유 농지는  공시지가로 국가가 매입하고, 투기를 목적으로 한 불법 점유 농지는 국가가 몰수하여 농민에게 장기 무상 임대해야 한다. 

 고령농(은퇴농) 소유 농지는 농업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하여 고가 차등 매입하여 농민에게 장기 무상임대해야 한다. 


  4) 중소 가족농, 협업농 육성과 강화


  한국 농업과 농촌 사회의 근간을 이루는 중소가족농을 보호, 육성하고 중소 가족농의 공동체적 협업화를 적극 지원해야 한다. 이는 생산과 소비의 공동체로서의 협업, 지역농업의 강화를 의미하는 것이며, 정부의 재벌 위주 기업농 육성정책과 근본에서 대립한다. 

  재벌의 농업진출과 지배를 조장, 획책하는 정부정책을 뿌리로부터 바로잡아야 하는 바, 현재 진행 중인 동부한농 투쟁을 반드시 승리로 결속지어야 한다.  


  5) 농민집권 실현 


  식량주권 실현과 농업, 농민문제의 근원적 해결을 위한 과제는 사회 전체의 변혁과 뗄 수 없는 관계에 있다. 

  사회변혁운동에서 누가, 어떤 세력이 정치권력의 주인이 되는가 하는 문제가 대단히 중요하기에 식량주권 노선에 입각한 진보민중운동 세력의 집권 실현 전략이 핵심적 지위를 차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