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라도 농촌에 가면 어지간한 마을마다 '모정' 하나쯤은 있다. 큰 동네는 두개도 되고.. 

그 일대에서 가장 시원하면서도 동네 사람들은 물론 길가는 나그네까지 누구나 가까이 두고 쉴 수 있는 곳이 모정이다. 

선선한 해장과 해질녘에나 일할 수 있는 한여름 낮, 더위에 지친 농민들의 휴식처가 바로 모정이다. 

맥없이 스러져간 양반네들의 정자에 비해 농민들의 모정은 오늘날에도 끊임없이 새롭게 만들어지고 마을 사람들의 정성스런 손길에 반질반질 윤이 난다. 농민문화의 건강함과 생명력이 오늘날까지 빛나게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발리에도 그런 모정이 있더란 말이다. 

제대로된 농촌지역에 가보지는 못했지만 어지간한 마을마다 모정이 세워져 있고 그곳에서 주민들이 쉬는 모습을 목격할 수 있었다. 

테레비도 있고 선풍기도 있고 우리랑 매 한가지로 동네사람들 모여앉아 담소하고 쉬고..

이역만리 남의 나라에서 전라도 우리동네와 같은 모정문화를 만나게 되니 반갑기 짝이 없었다. 



큰 나무 그늘 밑, 풍치 좋지 않은가? 신발 가지런히 벗어놓고 발리사람 하나 자고 있다. 



마을 복판, 생활공간 깊숙한 곳에 모정이 세워져 있다. 



도마뱀도 쉬고 있고..




한국에서 온 전라도 농민, 경상도 농민 두 분이 발리 모정에 앉았다. 



몹시 맛 없게 생긴 발리 개가 잘 생긴 조선사람을 보고 짖는다.

맛 없게 생긴 정도가 아니라 못먹는 종자가 아닐까 싶다. ㅎㅎ 



나도 발리 모정에 누워 발리 총각들과 한잠 늘어지게 자고 일어났다. 

볼 라벤인지 하는 태풍에 넘어간 우리동네 모정이 몹시 그립다. 

여름이 기다려지나?

'먹고 놀고..' 카테고리의 다른 글

다시 일상으로..  (0) 2014.06.08
춘삼월, 눈이 나리다.  (0) 2014.03.14
아침 풍경  (2) 2014.02.28
발리에서 오토바이 타기  (0) 2014.02.18
산골 초입 임실 강진  (2) 2014.02.01